[레이더M] 한온시스템·클래시스 질주 … PEF 인수기업 잘나가네
2분기 실적 전년비 2배 증가
한온시스템 영업익 138% 쑥
클래시스도 영업익 51% 늘어
케이카 등 매각 호재 주목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경영권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 50대 기업(금융사 제외)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이 난 것과 대조된다. PEF가 이들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매각 작업에서, 2분기 호실적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국내외 PEF가 투자한 9개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장사들의 2분기 매출 합이 4조4391억여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은 1189억원에서 2520억원으로 111% 증가했다. 분석 대상은 커넥트웨이브(MBK파트너스), 한온시스템·케이카·쌍용C&E(한앤컴퍼니), 한샘·하나투어·에이블씨엔씨(IMM PE), 락앤락(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클래시스(베인캐피털) 등 9개사이며,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는 제외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총 5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약 37조원에서 약 14조원으로 62%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이 기간 PEF 포트폴리오가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2.9%에서 5.6%로 높아지기도 했다. 반면, 시총 상위 50대 기업 영업이익률은 9.2%에서 3.5%로 낮아지며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둔화에도 PEF 포트폴리오 실적이 개선된 걸 두고 운용사들의 가치 제고 활동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기간 가장 높은 영업이익 상승률을 기록한 기업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자동차열관리 기업 한온시스템이다.
이 회사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834억원 늘어나며 138%의 상승률을 찍었다. 대주주 한앤컴퍼니는 히트펌프 등 전기차용 고부가가치 부품에 힘을 주고, 물류비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한온시스템 매출에서 친환경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5%까지 올랐으며, 2025년까지 40%로 높인다는 목표다.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포트폴리오도 눈에 띄었다.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IMM PE에 인수된 이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실적이 급락하는 난관을 겪었다. 이후 IMM PE는 주력 브랜드 미샤의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하며 미국 인기 배우 엘리자베스 올슨과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사나 등을 기용하며 국내외 Z세대 공략에 나섰다. 올 상반기에 국내 매출은 16%, 해외 매출은 7% 성장했다.
지난해 미국 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을 주인으로 맞은 클래시스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견줘 51% 상승했다. 다국적 운용사인 베인캐피털이 브라질, 태국, 러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주요 제품 판매 확장에 속도를 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는 이 기간 영업이익이 35% 불어났다. 같은 기간 수익성 높은 온라인 판매 채널 판매 대수 비중을 7.8%포인트 늘리며 소매 대당 마진율(GPU)이 2%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PEF가 보유한 상장사는 단기차입금을 줄이며 재무구조 개선에도 주력했다. 지난해 말 1조9191억여 원이었던 단기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1조650억원으로 절반가량 축소됐다. 여기엔 지난해 금리 급등으로 인수·합병(M&A)시장이 불안정해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PEF는 보통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해 볼트온(유관 기업 추가 인수)을 단행하며 기업가치를 높이지만, 근래 들어 매물에 대한 매각 측과 인수 측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 불확실성이 큰 환경 속에서 PEF는 추가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기존 차입금 상환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PEF 포트폴리오의 실적 상승세는 이들의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작업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에이블씨엔씨와 케이카가 매각 작업에 시동을 걸었으며, 한온시스템은 2021년부터 새 주인을 찾고 있다. IMM PE가 2020년 인수한 하나투어도 앞으로 1~2년 사이에 매물로 나올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M&A시장이 위축됐지만, 여러 기업과 펀드가 매물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며 "PEF 포트폴리오가 불경기에도 실적을 개선한 점은 시장에서 확실한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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