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한달 56만 vs '오펜하이머' 이틀만에 70만..이래서 한국이지 [Oh!쎈 초점]
[OSEN=최나영 기자] 영화 '바비'(그레타 거윅 감독)와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북미, 한국 흥행의 온도차가 극명이다. 이는 글로벌 영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주요 나라이면서도 결을 또 달리하는 한국 시장만의 특수성과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의미를 갖는다.
둘은 동시기 개봉한 전혀 다른 장르의 작품이다. 그렇기에 북미에서는 '바벤하이머'라고도 불리면서 시너지를 냈는데, 한국에서는 개봉 시기는 차치하더라도 흥행에서 두 영화를 나란히 놓고 보기가 어렵다.
지난 15일 광복절 국내 개봉한 '오펜하이머'는 17일까지 누적관객수 70만 387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달 19일 개봉한 '바비'는 56만 4,263명. '오펜하이머'가 이틀만에 '바비'의 약 한 달 간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반면 북미 상황은 다르다.
'바비'는 워너브러더스의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16일(현지시간) 박스오피스모조 등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바비'의 북미 누적 수입은 총 5억 3739만 달러(약 7212억원)로 추산된다. 이렇게 '바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명작 '다크 나이트'(총 수입 5억 3499만달러(약 7180억원))를 넘어 역대 워너 브라더스 북미 최고 흥행작에 올라섰다. 세계적으로는 10억 달러(약 1조3 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바비’의 영광은 남다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서 최초로 전 세계 흥행 수입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오펜하이머'는 북미에서 2억 7000만달러(약 3천 600억원), 글로벌 3억 8000만달러(약 5천 100억원)를 벌어들여 전 세계 흥행 수입 6억 5000만달러(약 8700억원)를 넘어섰다. '오펜하이머' 역시 북미권에서 놀란 감독 흥행의 새 역사를 쓰고 있지만 '바비'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온도차는 놀란 감독이 갖는 한국에서의 이름값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놀란 신드롬을 일으킨 '다크나이트' 시리즈, '인셉션', '인터스렐라' 등의 작품이 존재한다. '인터스텔라'는 1000만 흥행작이고 '인셉션'은 592만명을 동원했다. 2020년 개봉한 '테넷'은 코로나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단계, 놀란 영화 중에서도 특히 난해하다는 소문에도 199만명을 기록하며 장기 흥행을 보여줬다.
이처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할리우드 감독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놀란 감독의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오펜하이머'가 한국 관객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 기막힌 계기도 있다. 지난 2011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오펜하이머의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두고 멤버 하하가 독후감을 작성하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것. 한국팬들에게는 더욱 친근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놀란의 tvN 예능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알쓸별잡)의 출연 이유도 홍보 일정 중 유독 큰 한국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한 것이란 사실은 놀랍지 않다.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 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 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미국인들을 비롯한 영미권에서 인형 '바비'가 갖는 상징성이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한국 시장에서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국인들에게 '바비인형 같다'란 칭찬 표현이 어느 정도 정도 외국인 같다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을 볼 때 정서적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인류애를 다룬 휴머니즘 영화라'는 제작진과 마고 로비의 설명에도 예민한 젠더 이슈로 인한 피로감, 갈등 요소가 영화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처럼 '바비'의 흥행은 대중성 보다는 팬덤형에 가까웠는데 그 마저도 놀란 감독이 갖고 있는 것 같은 '코어 팬덤'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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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방송 캡처,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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