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는 바다에, 그곳을 지키는 해양경찰
지구 온난화 등 급격한 기후변화로 기습 폭우가 빈번해지고 안타까운 희생도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장마'보다는 '우기'라는 말이 더 적합해진 듯하다. 변화무쌍한 기상만큼 최근의 국제 정세도 한 치 앞을 예단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례 없는 국경 폐쇄를 경험했다. 국제 공급망의 단절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이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바다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해양패권 경쟁이라는 국제 질서의 변화 속에서 세계 각국은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환경까지 모든 분야에서 자국의 미래를 걸고 바다에서 대립과 협력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주변국과 불법 조업,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 획정 등의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해양 재난, 환경 문제로는 상호 협력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은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에서 '해양 상황 인식(Maritime Domain Awareness)을 위한 인도·태평양 파트너십(IP MDA)'을 의제로 다루었다. '해양 상황 인식'은 해양 정보를 융합해 안보, 안전, 경제, 환경 등의 모든 사안을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하겠다는 체제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대서양'으로 공간 확장까지 언급한 바 있다. 바야흐로 지정학(地政學)을 넘어 해정학(海政學)의 시대이다.
국제사회는 현재 당면한 여러 문제의 해답으로 '바다'를 주목한다. 지구 표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1980년대부터 천연자원의 보고(寶庫)로, 각국은 치열한 관할권 확보 경쟁을 펼쳐오고 있다. 또한 '바다'는 물류의 중심이다. 각국은 안전한 해상 운송로 확보와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운에 의존하고 있다. 해상물류는 우리나라의 국가 안보와 생존에 직결된 문제다.
대한민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끄트머리에 붙어 있지만 '해양국가'이다. 그리고 해양경찰은 그 중심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해양경찰청의 정책과 소관 법령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해양경찰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해양경찰의 위상과 가치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해양경찰은 불법 외국 어선 단속, 수색·구조를 포함해 해양주권과 안보, 해상교통 관리, 해양환경 보호, 최근 심각해진 마약 문제와 같은 해상 범죄 단속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선박 없이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해양경찰'이라는 '플랫폼'이 없이는 국가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소중한 바다의 가치만큼 관할 해역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해양경찰'의 가치는 현재와 미래의 향방을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해양경찰청은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이했다. 지나온 세월의 깊이만큼 연륜을 더했고, 미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필수 기반(SOC)으로서 그 가치를 더욱 높여 가고 있다.
과거 마을 입구에는 오래도록 함께한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 그루씩 있었다. 오랜 시간 묵묵히 마을 어귀를 지켜준 느티나무처럼 해양경찰이 우리의 바다를 든든히 가꾸고 지켜주길 희망해 본다.
[길태기 해양경찰위원회 위원장·전 법무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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