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술 마실 때 2살 아들 물도 없이 죽어갔다…20대 母 징역 15년

사흘간 2살 아들을 집에 홀로 방치하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친모가 지난 2월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겨울에 2살 아들을 집에 홀로 두고 사흘 동안 외박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17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24)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과 아동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6일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1월30일~2월2일 사흘간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생후 20개월 된 아들 B군(2)을 홀로 두고 외박해 탈수와 영양결핍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1년간 60차례에 걸쳐 총 544시간 동안 상습적으로 B군을 집에 방임했다. 그는 남편과 별거하며 B군과 함께 다른 동네로 이사해 지내다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이 숨진 채 발견되기 사흘 전인 지난 1월30일 오후 1시쯤에는 김에 싼 밥 한 공기만 두고, 다른 음식이나 물은 제공하지 않은 채 집을 나왔다. 이후 A씨는 남자친구를 만나 식당에서 술을 마시거나 숙박업소에서 투숙한 뒤 2월2일 새벽 2시35분쯤 귀가했다.

A씨의 주거지에는 빈 소주병 30여개가 쌓여 있었고, 밥이 말라붙어 있는 밥솥이 있었다. B군은 거실에서 하의가 벗겨진 채 숨져있었다. B군은 키 75cm에 몸무게 7kg로, 또래 평균보다 발육이 부진한 상태였다. 출생 후 영유아 건강검진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귀가 직후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바로 알았을 것임에도 1시간 뒤에 119에 신고했다"며 "그동안 포털사이트에 피해자의 장례식 비용 등을 검색하고, 남자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경찰관에게 피해자의 사망 경위에 대해 허위로 진술하기도 했다"며 "수사 기관에서 '아이를 키우기 버겁고, 육아를 회피하고 싶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보면 피해자를 확정적 고의로 살해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친구와 양아버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애착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피고인은 귀가 직전 근처 마트에 들러 피해자를 위한 키위도 구입했다"며 "지난 1월 '주 5일 아기 맡기는 곳' 등을 검색해 피해자를 어린이집에 보낼 계획을 하고 있었던 점을 보면 확정적 고의로 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스스로 돌볼 능력이 없는 피해자에게 음식 제공 없이 장기간 홀로 방치할 경우 사망할 위험이 있다는 건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의 친부와 별거해 양육과 경제적 측면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홀로 피해자를 키운 점을 보면 피해자의 양육을 근본적으로 포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