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옥상 징역형에 미술계 충격…공공조형물 200점 철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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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판에 '임옥상 쇼크'가 번지고 있다.
1980년대 이래 이른바 '민중미술'로 불리는 현실비판적 사실주의(리얼리즘) 진영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유명작가가 된 임옥상(73)씨가 10년 전 저지른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임씨는 '흙그림'으로 대변되는 회화를 중심으로 시대적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대응하고 변주하는 작품들을 내놓으면서 특유의 미학적 전형을 만들어낸 민중미술의 스타작가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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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판에 ‘임옥상 쇼크’가 번지고 있다. 1980년대 이래 이른바 ‘민중미술’로 불리는 현실비판적 사실주의(리얼리즘) 진영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유명작가가 된 임옥상(73)씨가 10년 전 저지른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그는 1980년대 초 국내 처음 사회현실을 비판하는 미술운동을 벌인 작가모임 ‘현실과 발언’의 창립 주역이었고, 민족미술인협회 등을 통한 1980~1990년대 예술 민주화운동과 2016년 촛불시위 등에 적극 참여한 진보 미술계의 대표 작가였다는 점에서 미술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 단독 하진우 판사는 17일 오전 열린 1심 재판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미술연구소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하 판사는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고, (임씨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 정도, 범행 후 경과 등을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임씨가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2천만원을 공탁한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됐다고 밝혔다.
임씨는 2013년 8월 자신의 연구소에서 피해자인 직원 ㄱ씨를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됐다. 공소시효(10년) 종료를 앞두고 ㄱ씨의 고소로 법정에 서게 된 임씨는 지난달 열린 첫 공판 최후 변론에서 “10년 전 순간의 충동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혐의를 인정했고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임씨는 ‘흙그림’으로 대변되는 회화를 중심으로 시대적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대응하고 변주하는 작품들을 내놓으면서 특유의 미학적 전형을 만들어낸 민중미술의 스타작가로 꼽혔다. 1990년대 이후에는 조형물, 퍼포먼스, 디지털아트 등 다양한 분야로 사회 참여적인 작업 반경을 넓혔다. 2016년 촛불항쟁 당시 거리미술 작가로도 활약한 그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 모습을 담은 대형 그림 ‘광장에, 서’를 청와대 본관에 걸기도 했다.
하지만 성추행에 따른 유죄판결로 그는 작가적 위상에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됐고 앞으로의 활동도 불투명해졌다. 특히 그가 2000년대 이후 연구소를 세워 전국 각지에서 진행해온 200점 가까운 공공조형물 작품들은 당장 철거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서울시는 이날 선고 직후 일본군 위안부를 추모하는 중구 남산 ‘기억의 터’, 시청 서소문청사 앞 정원에 설치된 ‘서울을 그리다’, 마포구 하늘공원의 ‘하늘을 담는 그릇’, 성동구 서울숲의 ‘무장애놀이터’, 종로구 광화문역 내 ‘광화문의 역사’ 등 5개 조형물에 대한 철거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작가의 작품을 유지·보존하는 것이 공공미술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국립현대미술관∙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각 지방박물관에서도 내걸린 임씨의 작품을 내리고 누리집에서 관련 기록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위안부 추모 조형물 등 성추행과 직결되는 공공작품의 철거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놀이터나 시민 위락시설물 등 작가의식이 반영된 다른 조형물들의 철거 여부는 작품마다 성격과 관점이 다를 수 있어 미술계와 지역사회의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한국 현대미술사가인 김종길 평론가는 “미술계 안팎의 엄정한 논의 과정을 거쳐 성추행 작가의 작품 철거 문제에 대한 담론을 마련해야할 것”이라며 “작가가 피해자에게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시민들이 보는 공공조형물을 다수 제작한 만큼 대외적으로 사과문을 내어 사회적 예의 또한 존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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