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간 정보공유 … 중복검사 없앤다
의료·통신 분야부터 우선도입
본인 동의땐 맞춤형 서비스
점진 확대해 2025년 본격시행
일자리·주거지 찾기에 활용
기업간 데이터 불균형은 과제
60대 A씨는 지난해 11월 집에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다가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뇌 CT를 찍었는데도 이상이 없자 대학병원 의사는 MRI 촬영을 권했다. 이미 일주일 전 동네병원에서 MRI를 찍었던지라 A씨는 MRI 영상이 있다고 답했지만, 대학병원과 동네병원 간에 정보가 연계돼 있지 않아 MRI 영상을 바로 대학병원에 줄 순 없었다. A씨는 "결국 직접 동네병원에 가서 MRI 영상의 CD 복사본을 구해왔다"며 "왜 내 MRI 영상인데 타 기관에 주려면 직접 방문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이 202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없어진다. 개인정보를 취급할 수 있는 권리가 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넘어가서 본인이 동의할 경우 병원 간 정보 공유를 통해 중복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까지 마이데이터 관련 법·제도를 수립한 뒤 내년에 선도 서비스와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2025년부터 마이데이터를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마이데이터란 개인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 B기관에 있는 내 정보를 C기관으로 전송할 수 있는 권리, 원치 않을 경우 내 정보를 기관에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 등을 개인이 가지게 된다.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생기는 셈이다.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보건의료, 복지, 통신, 에너지 등 10대 중점 부문안을 선정해 단계적으로 개인정보 전송 범위 및 전송 의무 대상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70대 독거노인 D씨가 자신의 의료(만성질환 병력), 복지(전기·가스·수도 등 사용량), 통신서비스(통신 사용량)에 대한 데이터 활용에 동의할 경우 독거노인 고독사 방지서비스를 하는 E기관은 D씨로부터 3가지 개인정보(의료·복지·통신)를 받아와서 평소 대비 이상한 상황이 있는지를 상시 모니터링한다. 만일 전기 혹은 통신 사용량이 평소 대비 50% 이상 줄었다면 E기관은 바로 D씨 집을 방문해 고독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독거노인 고독사 방지 외에도 △맞춤형 주거 매물 추천 △최저 가격 추천 △맞춤형 일자리 매칭 등 마이데이터를 통한 대국민 체감서비스를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2020년 금융, 2021년 공공부문에 적용됐던 마이데이터를 사회 각 분야로 확대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특히 기존 마이데이터가 정보를 한데 모으는 데에만 그쳤다면, 이번 혁신 대책으로 대국민 체감서비스 발굴까지 나아갔다는 게 범정부 마이데이터추진단 측 입장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마이데이터추진단은 고객 데이터가 많은 대기업 위주로 정보제공자를 정하고, 대신 이들 기업에 고객 데이터를 내놓는 대가로 일종의 인센티브(과금 체계)를 주기로 했다.
다만 고객 데이터가 많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데이터를 스타트업·중소기업에 주는 꼴이어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료, 유통 등 각 부처가 담당하는 구체적인 각론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마이데이터 확산을 위해선 기존 이익단체 설득, 인센티브 제공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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