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6시간째 조사…李 "1원도 안가져가" vs 檢 "안가져가도 배임"
질문지 300쪽…50m 옹벽·검사사칭 위증교사도 조사
(서울=뉴스1) 임세원 김근욱 강수련 기자 = 검찰이 17일 백현동 개발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6시간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조사 당시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대면 조사에서 직접 진술하지 않은 이 대표가 이번에는 필요한 부분에 적극적으로 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초 준비한 것보다 늘어난 300여 쪽의 질문지를 토대로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6시간째 특경법상 배임, 위증교사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4~2015년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인허가 특혜를 몰아줘 결과적으로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사업 시행사인 성남R&D PFV는 이 사업으로 3000억원의 분양이익을, 시행사의 최대 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는 700억원의 배당이익을 얻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탁을 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정당하게 확보할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고 이를 민간업자에 몰아준 행위는 업무상 배임"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식품연구원 부지는 공영개발 대상으로 성남도개공의 참여가 도시계획 지침에 있었다"며 "그런데도 성남시가 이 전 시장 선대본부장 출신 브로커의 청탁을 받고 민간이 단독 개발하도록 특혜를 제공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언급한 브로커는 '로비스트'로 알려진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대본부장과 국회의원 선거사무장 등을 지내면서 이 대표의 정치 활동 비용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지난 5월 김 전 대표를 구속 기소하며 "이 대표 재임 시절 성남시에서 '비선실세'로 통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민간업자들이 백현동 개발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김 전 대표를 영입해 성남시 인허가 공무원에게 성남도개공의 참여 배제를 청탁했으며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인허가권자인 이 대표가 승인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성남도개공이 불참하면서 포기한 금액을 토대로 구체적인 배임 액수를 산정할 예정이다. 앞서 사건을 조사한 감사원은 성남도개공의 사업 불참으로 환수하지 못한 경제적 손실 즉 배임액을 최소 3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하며 "(백현동 개발로) 1원 한 푼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면서 "범죄에는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배임죄를 저지를 동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배임이 사익 추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성남도개공이 정당하게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의도적으로 포기해 민간업자에게 이익을 주면 업무상 배임"이라며 "거기서 사익을 취득하면 배임수재나 뇌물이 되는 것일뿐 기본적인 배임은 사익 추구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식품연구원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에 50m 높이의 초대형 옹벽을 설치할 수 있게 승인했다는 의혹, 이 대표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준비한 질문을 모두 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가) 구체적 경과 상황을 승인하고 결재했기 때문에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답변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보호수사규칙에 따르면 검사의 조사 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며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조사는 변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피의자의 조서 열람은 밤 12시까지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심야 조사에 동의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늦어도 오후 9시쯤 대면조사를 마치고 조서를 열람한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sa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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