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별은 나] "잔머리 대가답게 상대 선수 허를 찔러야죠"
3번의 亞게임서 금5개·은1개
개인전 3개 대회 연속 정상
금메달 2개 추가하면 신기록
"생후 5개월 아이에게 선물"
"14년째 최고 자리 비결은 절제
파리올림픽까지 무조건 현역
마지막 투혼 불태워보겠다"
◆ 항저우 별은 나 ◆
14년째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아시아를 넘어 '월드클래스'로 불리는 펜싱 선수가 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에서 수십 개의 메달을 목에 건 구본길(34)이다.
이미 한국 펜싱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이 된 그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펜싱화 끈을 조여 맨다. 아시안게임 4개 대회 연속 개인전 금메달과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경신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구본길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아시안게임에서 '역시 구본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하겠다"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살아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지난 3월에 첫아이가 태어났는데 꼭 금메달을 선물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대 네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기분은 어떨까. 구본길은 "태극마크를 달고 대회에 출전하는 건 여전히 떨리고 긴장된다. 그래도 2010 광저우 대회 때보다는 마음이 편하다"며 "어느덧 30대 중반이지만 몸 상태와 경기력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이 있다. 베테랑 검사의 노련함을 앞세워 구본길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이번 대회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년 연기된 것을 기회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그는 "1년 전 대회가 열렸다면 금메달이 아닌 메달을 따는 것조차도 쉽지 않을 정도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며 "다행히 올해 초부터 경기력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떤 상대와 붙어도 두렵지 않다.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는 건 구본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본길이 목표로 하는 건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이다. 앞선 세 번의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던 구본길은 4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광저우와 인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아시안게임에서의 라스트댄스를 금메달로 장식해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까지 제패하면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한국인 역대 최다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금자탑의 주인공이 된다. 역대 아시안게임 한국인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은 6개로 박태환(수영)과 남현희(펜싱), 류서연(볼링)이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이번 대회 전까지 5개의 금메달을 따낸 구본길은 "은퇴할 때가 다가와서 그런지 역사에 남는 기록을 세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면서 "금메달 2개를 추가해 아시안게임 한국인 최다 금메달 보유자가 되면 기분 좋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기량을 자랑하는 원동력으로는 절제를 꼽았다.
구본길은 "지난 14년간 금메달을 딴 뒤에도 딱 1시간만 즐기고 곧바로 다음 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승리했다는 감격에 오랜 시간 젖어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라며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방법은 연습밖에 없다. 선수 구본길로 살아가는 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구본길은 이번 대회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의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구본길은 "올림픽과 다르게 아시안게임에서는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분들이 많아 경기장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또 최근 실력이 뛰어난 젊은 선수가 많아지면서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며 "다만 상대방에게 분위기를 내주지 않고 내 페이스를 끌고 가는 경기 운영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제압하는 데 여유 있는 플레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증명하겠다"고 설명했다.
구본길은 파리올림픽까지 무조건 현역으로 남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최근 경기력과 성적으로 봤을 때 은퇴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년까지는 세계 무대에서 내 실력이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며 "선수 생활의 마무리도 멋지고 확실하게 하고 싶다. 잔머리의 대가라는 별명답게 상대 선수의 허를 찌르는 영리한 플레이로 마지막 투혼을 불태워보겠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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