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상장사, 1000원 팔아 38원 벌었다 '역대 최저'

김소연 기자, 홍순빈 기자 2023. 8. 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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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반기 상장사 실적 결산]


상장사 수익성이 반토막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지속되고 주요국 금리가 대폭 인상되면서 원가가 상승한 여파다. 이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와 IT 등 주요 제조사들 위주로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도 역대 최저 수준인 3.82%를 기록했다. 1000원 어치 팔아 38원 벌었다는 뜻이다.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53조원..52% '뚝'

코스피 상장사 상반기 결산 실적/출처=한국거래소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반기 결산 실적'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615개사(689개사 중 금융업, 분할·합병, 감사의견 비적정 회사 등 74사 제외)의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1390조54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59조5847억원)보다 2.28%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다.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53조108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11조6807억원) 대비 52.45% 급감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57.94% 축소돼 37조6886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감소폭은 상장사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05년 이래 최대 수준이다.

이에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도 역대 최저치로 떨어져 3.82%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40%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률(매출액 대비 순이익)도 3.88%포인트 축소된 2.71%를 기록했다. 상반기 연결부채비율은 112.69%로 지난해 말보다 0.06%포인트 소폭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매출액은 큰 변동이 없는데 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은 비용이나 원가 측면 요인이 크다"며 "전쟁 등에 의한 공급망 충격, 금리 인상으로 비용 상승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 한 곳의 영업이익만 약 27조원 줄어드는 등 반도체 업황 악화도 한몫 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매출액 비중 8.9%)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 실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연결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5.16% 증가해 62조197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94%, 48.81% 줄어 51조7996억원과 34조390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한국전력공사 제외 시에도 연결 매출액은 4.52% 증가해 1225조58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8.37% 줄어든 60조2495억원과 47.14% 축소된 41조2060억원을 기록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분석대상 615사 중 반기순이익 흑자기업은 469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6사 줄었다.

코스닥, IT 위주 수익성 하락..전문가 "올해 연간 역성장 불가피"

코스닥 시장 상장사들 역시 수익성이 대폭 줄었다.

코스닥시장 12월 결산법인 1230개사 중 전기 실적 비교가 가능한 법인 1112개사의 올 상반기 매출액(이하 연결 재무제표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136조1186억원이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쪼그라들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6.1% 줄어든 5조5827억원, 순이익은 41.4% 감소한 4조1313억원이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도 4.10%로 지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사 상반기 결산 실적/출처=한국거래소


업종별로 보면 IT(정보기술)산업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 IT산업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7.2% 감소한 39조926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78.8%, 76.4% 감소한 6664억원, 588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제조 및 기타 산업군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제조업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2.7% 증가한 65조3215억원, 기타 산업군은 8.3% 증가한 303조8701억원을 기록했다. 제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같은 기간 20.3%, 32.1% 감소했다. 기타 산업군의 경우 영업이익이 4.1%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3.3% 감소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부터 한국 수출이 안 좋고, 수출액 감소율이 두 자릿수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연간으로도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간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은 안 좋은 교역상황을 선반영해 실적 둔화세가 저점을 찍었다고 판단해 올라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실적 집계에서 제외된 금융회사들은 고금리 기조 속 수익성이 나란히 개선됐다.

코스피 상장사 금융업 42개사의 올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합산 순이익은 21조187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6% 늘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27% 증가한 27조7015억원을 기록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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