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明은 사퇴 요구, 檢은 영장청구 예고…사면초가 이재명
‘백현동 의혹’으로 4번째 檢출석…李 “구속영장 심사받겠다”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위기론이 부상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이른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4번째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가운데, 혁신안 수용 문제까지 겹치며 당내 사퇴요구가 이어지면서다. 검찰이 국회 회기 중에 이 대표를 겨냥한 구속 영장을 청구해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전달될 시, 친이재명(친명)와 비이재명(비명)계 간 계파 갈등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대장동 이어 백현동…재부상한 사법리스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17일 오전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소환했다. 성남FC 의혹과 위례·대장동 의혹으로 세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이 대표는 백현동 의혹으로 네 번째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일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소재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참여를 배제하고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줘 막대한 개발 이익 몰아줬다는 게 골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용도변경 및 임대주택 비율 등 시행사에 인·허가 특혜를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 선대본부장 출신인 김인섭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의 청탁을 이 대표와 '성남시 2인자'로 통하던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게 전달해 관철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이 대표는 검찰 진술서를 사전 공개하며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20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에 도착했다. 굳은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었다.
이 대표는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한 뒤 "티끌만큼의 부정이라도 있었으면 십여 년에 걸친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회기 중에 구속 영장이 청구될 경우에만 이뤄지고 비회기 중 청구될 경우 별도의 표결 절차 없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혁신안 두고 계파 충돌…확산하는 反明 기류
백현동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이 대표 바람대로 검찰이 국회 비회기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지는 미지수다. 만약 검찰이 국회 회기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헌법·법률상 체포동의안 표결에 부쳐야 한다.
민주당으로선 '이재명 체포동의안 정국'이 다시 도래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친명계 일각에선 '검찰 탄압'에 맞서 불체포특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체포동의안 가‧부결을 두고 의원들 간의 분쟁이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2월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당시 대거 이탈표가 발생해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이 대표가 이날 검찰의 회기 중 영장 청구를 '정치꼼수'라고 규정한 이유다.
당 일각에선 사법리스크와 무관하게 이 대표를 겨냥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대의원제 권한 축소‧현역 페널티 강화' 등을 담은 혁신안 수용 문제로 비명계가 집단 반발하면서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혁신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에서 대의원을 배제하고 권리당원과 여론조사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비명계는 지난 대선을 계기로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이 늘어나 당원 투표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 대표 사퇴론도 나왔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당 지지율도 오르지 않고 윤 대통령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니 당 대표도 그만두고, 최고위원도 다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계파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당내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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