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가 문제?…"공짜 야근·공짜 노동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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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는 말 그대로 기본 임금과 수당을 합한 금액을 '포괄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지급 계약 형태를 말합니다.
보통 일정한 연장, 야근, 휴일 근로가 예상되지만 정확한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어려운 업무의 경우 포괄임금제를 채택합니다.
노사 간 근로시간 산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비용 등을 절감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대부분 사무직에서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노사 편의를 위해 채택된 임금 지급 계약 형태지만,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나오며 노사 갈등의 이유로 꼽히기도 합니다.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충분한 수당 없이 야근, 휴일 근무를 하게 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입니다. 현대차 노조 등 올해 임단협에 포괄임금제 폐지를 들고 나온 곳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정치권에서 공짜 야근을 이유로 포괄임금제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발의하면서 포괄임금제를 둘러싼 논쟁은 과열되고 있습니다.
과연 포괄임금제 자체가 문제인가,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오늘(17일) 오전 '포괄임금계약의 유용성과 제한의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참석한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괄임금제가 오해를 많이 받고 있다"는 말로 운을 뗐습니다.
이어 판례에서도 포괄임금제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우리 근로기준법은 근로의 양에 따라 임금을 산정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바가 없습니다.
근로 양에 맞게 정확한 금액만 잘 지급된다면 한번에 주든, 나눠서 주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원 역시 근로 형태의 특수성으로 실제 근로 시간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며, 노사 간 합의가 있을 경우 포괄임금제라는 형태가 가능하다고 판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무직 근로자는 출퇴근 기록을 스스로 하지 않고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있어 실제 근로 시간 산정이 어렵다고 판단한 판례도 있습니다.
권혁 교수는 "일본의 경우에도 잔업이 불규칙하게 일어날 경우 노사 간의 합의를 거쳐 포괄임금의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며, "임금 산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포괄임금제 자체보다는 공짜 노동, 공짜 야근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위해 연장 근로에 대한 수시적 확인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연장, 휴일 근로에 대해 충분한 보수가 산정됐는지, 또한 그 보수가 제대로 지급됐는지를 노사가 함께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 시스템 필요"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정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역시 포괄임금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정민 교수는 "포괄임금제 하에서 근로자는 주어진 업무를 정규근로시간 내 완수하고자 노력할 수 있다"며, "노동공급 측면에서 포괄임금제는 불피요한 야근과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정OT와 같이 초과근로시간이 명시적으로 존재하는데 실제 초과근로시간이 초과한 경우 착취의 문제이거나 기업의 지불능력 문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마디로 공짜 노동, 공짜 야근은 포괄임금제 문제가 아닌 기업 문제라는 설명입니다.
이정민 교수는 또 "기업은 근로자가 본인의 임금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리해보면, 전문가들이 방점을 찍은 것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노사 간의 합의와 합리적인 보수 산정.
모든 기업에게 포괄임금제 채택을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포괄임금제를 전면 금지시키는 방안 역시 비현실적입니다.
포괄임금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포괄임금제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노사 간 충분한 합의에 의해 진행된 일인지, 노동 대비 충분한 보수를 지급하는지를 관리, 감독하는 일이 필요해 보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온라인 신고센터를 통해 포괄임금 오남용 신고를 받고 있으며, IT·사무직 등 취약 직종을 대상으로 하반기에 포괄임금 오남용 기획 감독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포괄임금제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의 관리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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