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변제 공탁 이의신청 기각, 광주법원 "가해기업 면죄부" 일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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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변제 후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으면, 가해 기업에 면죄부 주는 결과가 발생한다."
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원고 4명에게 지급할 예정이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려고 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의신청마저 기각하고 있다.
관련 이의신청을 기각한 광주지법 판사가 제3자 변제 추진이 오히려 손해배상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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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공탁관, 형식적·기계적 심사 부당" 재단측 주장 수용 안해
(광주·서울=연합뉴스) 박철홍 오수진 기자 = "제3자 변제 후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으면, 가해 기업에 면죄부 주는 결과가 발생한다."
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원고 4명에게 지급할 예정이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려고 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의신청마저 기각하고 있다.
관련 이의신청을 기각한 광주지법 판사가 제3자 변제 추진이 오히려 손해배상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해 눈길을 끈다.
17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전날 민사44단독 강애란 판사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낸 2건의 공탁 불수리 결정 이의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정부를 대리해 공탁을 신청하고, 이의신청까지 제기한 재단 측은 공탁의 형식적·기계적 심사 처리를 강조하며, 심사범위에서 벗어난 민법 조항을 근거로 한 공탁관의 불수리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 판사는 "불수리 결정이 공탁관의 형식적 심사 범위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고, 피공탁인의 반대 의사가 분명한 상황에서 민법 제464조 1항을 근거로 불수리 결정한 것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장은 "공탁 심사는 형식적·기계적 판단해야 한다"는 재단 측의 주장을 반박, 이번 제3자 변제 추진이 오히려 손해배상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도 봤다.
재판장은 "이 사건의 판결금은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의 피해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위자료청구권)이다"며 "특히 위자료는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받은 인격적 모욕 등 불법적이고 부당한 처사에 대하여 피해자를 심리적·감정적으로 만족시키는 기능도 있다"고 전재했다.
이어 "가해 기업은 불법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판사는 "이런 상황에서 신청인(재단)이 가해 기업을 대신해 판결금을 제3자 변제한 후 가해 기업에 구상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가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채권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채권의 만족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이 사건 판결금을 제3자 변제하는 것이 (법리상)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채권자의 반대 의사표시가 명백하다면 제3자 변제를 제한하는 것이 손해배상 제도의 취지 및 위자료의 제재적, 만족적 기능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판단은 채권 채무 이행 관점에서 강제징용 소송 판결금은 제3자 변제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재단은 지난달 20일 제출한 이의신청서에서 "이 사건과 같은 확정된 판결금 채권의 본질은 '금전 채권'"이라며 "채무자 본인이 직접 변제하는 경우나 제3자가 변제하는 경우나 채권자가 동일하게 금전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또 "제3자 변제를 허용하더라도 피공탁자 입장에서는 어떠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채무자로부터 사과를 받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든지 확정된 판결금 채권을 채무자로부터 받아야 한다든지 하는 것은 법 감정의 문제일 뿐 법리 해석의 문제와는 차이가 있다"라고도 했다.
외교부 측은 전주지법 등 최근 이의신청 기각 결정에 대해 "항고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계속 구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혀 향후 법정 공방은 다시 반복될 전망이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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