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 논란 많은 대마 합법화 법안 의결···반발 뚫을 수 있을까
독일 정부가 연말부터 18세 이상 모든 시민에게 1인당 대마초 보유를 25g까지 허용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를 통해 대마 유통과 거래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통제하겠다는 취지이나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도이체벨레(dw)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사민당·녹색당·자유당)는 16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대마초 합법화 관련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독일에서는 18세 이상 시민은 누구나 1인당 대마초 25g을 보유할 수 있고, 대마 3그루를 재배할 수 있다. 이른바 대마초사교클럽(CSC)이 대마초를 재배해 회원을 대상으로 한 번에 25g, 한 달 최대 50g을 제공하는 것도 허용한다.
독일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대마 불법화가 수요 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슈피겔에 따르면 1995년에는 1년에 대마를 한 차례 이상 피운 적이 있다는 이들의 비중이 12%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는 40%로 늘어났다. 독일 정부는 대마 합법화가 암시장 확대를 막아 단속에 투입되는 행정력을 줄이는 한편 마약 중독 예방 및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카를 라우터바흐 보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마초 소비 증가, 마약범죄, 암시장 등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통제된 합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이는 실패한 대마초 정책의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독일 연방의회는 다음달 4일 해당 법안에 대해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쳄 외즈데미르 농림장관은 법안을 두고 “진보적이고 현실에 기반한 마약 정책으로 가는 중대한 단계”라면서 이번 법안을 통해 단지 개인적 목적으로 대마를 피운 많은 사람들을 비범죄화하는 한편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마 합법화가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집권 사민당(SPD) 소속 안디 그로트 함부르크주 내무장관은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합법화가 대마 소비의 폭증으로 이어져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대마가 더 센 마약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대마 합법화로 인해 마약 중독자들이 늘어나면서 경찰이나 사법부는 더욱 바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기독민주당(CDU) 소속 아르민 슈스터 작센주 내무장관은 합법화 법안이 “통제 불능의 상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태국은 지난해 6월 전격적으로 대마를 합법화했으나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이 성급하게 빗장을 푼 탓에 외국산 대마 수입이 급증하고 청소년의 대마 사용도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보 성향 주간지 슈피겔은 입법 의도가 좋다고 해서 좋은 법이라는 뜻은 아니라면서 대마 합법화가 성매매 여성의 권리보다 포주들의 배만 불리는 것으로 귀결된 2002년 성매매 합법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또 대마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고려하면 연정에 참여 중인 녹색당은 대마 합법화에 반대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여론은 반대 의견이 조금 더 우세하다. 슈피겔이 지난 8일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대마 합법화 법안에 찬성했고 45%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오락용 대마 사용이 합법인 국가는 캐나다, 조지아, 룩셈부르크, 몰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우루과이 등이다. 미국은 23개주와 3개 미국령 영토, 워싱턴에서 합법이다. 호주는 연방차원에서는 대마 재배와 소지가 불법이나 수도 캔버라를 관할하는 수도 준주(ACT)는 2020년 18세 이상 성인의 대마 재배를 합법화했다. 네덜란드는 원칙적으로 오락용 대마가 불법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처벌하지 않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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