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 빼낸뒤 나가라니”…중국이 인수한 한국 IT기업에 무슨 일
세계2위 韓 CDN 기업 인수 후
시스템 이전하며 인력감축 단행
‘해고 회피 노력’ 주요 쟁점 부상
이보다 앞선 지난 1월 총 17명을 대상으로 권고사직과 희망퇴직 통보가 이뤄졌다. 이 중 16명이 씨디네트웍스 노조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씨디네트웍스지회 조합원이었다.
씨디네트웍스는 2000년 5월 한국 회사로 출발해 2011년 일본 이동통신사 KDDI에 인수됐다. 2017년에는 중국 최대 CDN 기업 왕쑤커지(차이나넷센터) 품에 안겼다. KDDI가 소유했을 때는 투자와 운영이 독립적으로 이뤄져 기술 유출 우려가 없었다는 것이 지회 측 설명이다.
왕쑤커지가 씨디네트웍스를 인수할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CDN은 동영상과 같은 대용량 콘텐츠를 다수의 이용자에게 빠르게 전송하도록 세계 각지에 분산형 서버를 구축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 품질을 높이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말한다.
예컨대 유럽에 있는 K팝 팬이 한국 홈페이지에 올라온 BTS 영상을 볼 때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당 팬이 거주하는 곳과 가장 가까운 지역 임시 장소(캐시)에 미리 저장해 놓고 실시간으로 분배·연결(로드밸런싱)하는 것이다.
씨디네트웍스는 이 과정에서 가장 빠른 접속이 가능한 서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회는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CDN 서비스를 제공한 왕쑤커지와 달리 씨디네트웍스의 경우 여러 나라를 상대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역량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회는 “실제 왕쑤커지는 씨디네트웍스의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전 세계에 포진한 직원들을 감원한 이후 그 자리를 중국인으로 채웠다”고 했다.
실제 씨디네트웍스 직원은 인수 전인 2016년 248명에서 현재 55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번 서울지노위 판정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인력 감축 사례 중 수면 위로 떠오른 일부를 다룬 사건이다.
지회 측은 “회사 매출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에 상응해 직원도 줄었고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2년 연속 흑자로 수억씩 수익이 난 상황에서 근로자 1명의 임금을 줄이기 위해 정리해고를 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지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반면, 씨디네트웍스는 정리해고를 단행할 정도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 맞섰다.
씨디네트웍스 측은 “흑자가 난 주요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로 인한 이득”이라며 “2021년에는 매출이 2019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2020년부터는 이익이 매년 20%씩 급감했을 뿐 아니라 카카오 등 주요 대기업 고객들이 다수 이탈했다”고 해명했다.
노동위원회 판정문은 통상 판정이 이뤄진 후 한 달 정도 뒤에 나온다. 지회가 판정문을 수령한 건 지난 11일이다.
서울지노위는 판정문에서 “회사는 특성상 근로자 직무 전환이 어렵고 타 부서로의 전환도 해당 부서에서 거부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며 “그러나 인사권은 사용자 고유 권한으로 특정 근로자의 배치 전환에 대해 타 부서장이 거부했다는 사정만으로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임직원 임금 삭감·동결, 근로시간 단축, 일시 휴업, 순환휴직 등의 통상적인 해고 회피 노력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직이 잦은 업종인 만큼 정리해고를 하지 않더라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인력이 자연감소했을 것이라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도 노조나 근로자대표와 합의·협의를 거쳐 마련한 기준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번 정리해고가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이나 지배·개입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지노위는 A씨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았을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씨디네트웍스의 정리해고에 제동이 걸렸지만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회는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지 않은 데 대해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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