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925억 투자…‘장병규의 뚝심’ 빛볼까
‘세컨드파티 퍼블리싱’ 전략 강화 일환
장 의장 “최대한 많은 타석서 홈런 때리고파”
퍼블리싱 담당자에 ‘챔피언’ 명칭, 책임 부여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크래프톤(259960)이 올 상반기에만 9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들여 외부 개발사 투자에 나섰다. 잠재력 있는 글로벌 지식재산(IP)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다. 최근 게임 업계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크래프톤의 이 같은 외부 투자는 상당히 과감하고 공격적이다. ‘글로벌 메가 IP 육성’에 공들이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뚝심이 엿보인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 상반기 국내외 4개 외부 개발사에 총 92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2월 국내 개발사인 퍼니스톰에 80억원을 투자, 지분 24.24%를 확보했다. 5월엔 미국 개발사인 플레이긱과 가든스 인터랙티브에 각각 263억원, 159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지분율은 14.81%, 10.15%였다. 6월엔 폴란드 개발사 피플캔플라이그룹에 423억원(지분율 10.00%)을 투입했다.
크래프톤이 투자한 개발사들은 각각 장르와 강점이 다르다. 2021년 설립된 국내 개발사 퍼니스톰은 증강현실(AR) 기술에 RPG를 접목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 중이다. 차세대 위치기반 게임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플레이긱과 가든스 인터랙티브도 모두 2021년 설립된 개발사다. 플레이긱의 개발 인력은 과거 10억 달러 가치를 지닌 게임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본 경험을 가진 다수 전문가가 포진돼 있다. 첫 게임으로는 팀 배틀 장르를 개발 중이다. 가든스는 판타지 어드벤처 세계관 기반의 액션 RPG를 만들고 있다.
폴란드 피플캔플라이그룹은 2002년 설립된 개발사다. 크래프톤은 피플캔플라이그룹 투자를 통해 현재 이들이 개발 중인 ‘프로젝트 빅토리아’, ‘프로젝트 비프로스트’ 등의 퍼블리싱 권한을 확보 중이다.
‘세컨드파티 퍼블리싱’ 강조한 장병규 의장
해당 투자들은 모두 ‘세컨드파티 퍼블리싱’의 일환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 자회사를 통한 퍼블리싱인 ‘퍼스트파티 퍼블리싱’을 중심으로 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말에도 2019년 인수한 북미 개발사 스트라이킹디스턴스를 통해 첫 콘솔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선보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장 의장은 올해부터 퍼블리싱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100% 자회사가 아닌 일부 지분 투자를 통해 퍼블리싱 권한을 확보하는 ‘세컨드파티 퍼블리싱’ 전략이다. 지난 3월 기자와 만난 장 의장은 “이전보다 더 많은 타석에 서기 위한 전략 변화라고 이해해달라”며 “많이 타석에 서면 이중 하나라도 홈런을 때릴 수 있지 않겠나. 실패도 있겠지만 적극 투자해 글로벌 메가 IP를 키우겠다는 의지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올 상반기는 국내 게임 업계 전반이 넥슨을 제외하곤 모두 부진했다. 크래프톤도 마찬가지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414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반기에 9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건 글로벌 IP를 키우고자 하는 장 의장의 뚝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에 크래프톤만큼 많은 외부 투자를 단행한 게임사는 없었다.
장 의장은 지난 4월부터 퍼블리싱 실명제를 도입하며 조직에도 변화를 줬다. 한 사람이 하나의 게임을 절대적으로 책임지는 방식으로, 자유로운 외부 개발사와 퍼블리싱 조직 간 건강한 협업이 목적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퍼블리싱 프로젝트마다 실장급 담당자를 대상으로 ‘챔피언’이라는 명칭을 붙여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크래프톤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모바일 MMORPG만 만들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데, 크래프톤은 글로벌에서 통할 IP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행보가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사들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를 구축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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