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일본발 테러 예고 시간 항상 '3시34분'…무슨 의미?

일본서 쓰이는 인터넷 은어 '334'와 연관 추정
현지 테러 협박글에서도 3시34분 사용되기도

울산경찰청은 테러 예고에 대비해 17일 경찰 기동대와 군병력을 배치해 시청 앞에서 군·경 합동 수색 및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 16일 울산시청을 비롯한 전국 관공서에 '폭발물을 설치해17일 오후 3시 34분에 폭파 예정'이라는 신고가 접수됐다.2023.8.17/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일본발 테러 예고 장소가 계속 바뀌는 것과 달리 시간은 '3시34분'으로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34'가 일본에서 남을 조롱할 때 자주 사용되는 은어라는 점에서 실제 테러보다는 사회 환란을 노린 협박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금까지 특정 협박장소에서 폭발물이 발견된 경우가 없어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0시쯤 일본 대사관과 일본인 학교, 대법원, 지하철역, 대구·인천·성남·안양·부천·안산·고양시청 등을 폭파하겠다는 메일이 서울시청 등으로 발송됐다. 지난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러 예고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국내로 발송된 협박 메일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연이은 메일에서 테러 대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폭파 또는 테러 예정 시간은 항상 3시34분으로 같다. 3시34분을 숫자 그대로 푼 '334'는 일본 누리꾼들이 쓰는 인터넷 은어로 2005년 일본프로야구 최종전인 일본시리즈에서 지바롯데와 한신의 총득점수 33-4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의 '일간베스트'격인 일본 극우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2ch'에서 주로 한신 팬을 놀릴 때 쓰이는 표현이다. 이번 메일 역시 실제 테러를 예고했다기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협박 범죄로 볼 여지가 크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334는 일본 2ch 등에서 여전히 쓰이는 인터넷 은어"라며 "범인은 일본 문화에 이해가 있는 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도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소를 사칭해 이메일을 보내는 수법의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테러 예고 시간을 '3시34분'으로 특정한 경우도 상당수 발견된다. 일본 다이이치 도쿄변호사회는 여러 차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이같은 방식의 사기를 주의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특히 메일 발송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현직 변호사인 가라사와 다카히로(唐澤貴洋)를 사칭해 진행되고 있는데 가라사와 변호사는 2ch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ch 사이트에서 악플과 신상 털기의 타깃이 된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다. 자신도 악플 테러와 신상 위협의 대상이 되자 2ch 이용자들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며 유명세를 탔다.

가라사와 변호사는 지난 9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 대표 협박 메일 기사를 언급하며 "내 이름이 허락 없이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이런 종류의 범죄를 단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웅혁 교수는 "범인은 가라사와 변호사에 대한 해코지 또는 공격 행위의 연장선에서 이런 범행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국민의 불안감이 큰 만큼 범인 검거를 위해 일본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 검거를 위해 법무부를 통해 형사사법공조 절차를 밟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