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1박4일 강행군...역사의 현장 '캠프 데이비드', 이번에도?
오는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 별장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외교적 합의가 이뤄진 역사적 현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격식에서 탈피해 우의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갖고 3국 간 협력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내용의 공동성명 '캠프 데이비드 정신'과 '캠프 데이비드 원칙' 두 건을 채택한다. 한미일이 북핵 문제 공조를 넘어 '범지역 협력체'로 발전하고 글로벌 이슈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이같은 한미일 관계의 격상에 '캠프 데이비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역사적인 캠프 데이비드 3자 정상회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외국 정상의 첫 캠프 데이비드 방문이며 2015년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이번 회의가 워싱턴 DC가 아닌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며 "미국의 한미일 협력에 대한 의지와 한일 정상들에 대한 각별한 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캠프 데이비드는 워싱턴 DC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메릴랜드주 산속에 자리한다.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집무실과 회의실을 갖추고 있으며 산책로, 수영장, 골프장, 승마장, 볼링장 등 다양한 휴양시설과 손님용 숙소를 갖췄다. 외부의 접근이 통제돼 한미일 정상 간 관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리트리트(비공식 자유토론) 형식으로 회의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캠프 데이비드를 처음 방문한 외국 정상은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로,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노르망디 상륙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종전을 논의했다. 미소 냉전이 본격화되던 1956년에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 간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양 진영 간 군사 대결을 지양하기로 합의했다.
1978년에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대해 13일간의 회담을 중재했다. 회담 결과 체결한 평화협정은 '캠프 데이비드 협정'으로 불린다.
이외에도 드골 프랑스 대통령(1960),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1990), 아베 일본 총리(2007) 등 각국 지도자들이 방문했다. 2012년에는 G8 정상회의가 개최되기도 했다. 우리 정상 중엔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초청으로 최초로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이 대통령이 골프 카트 운전대를 잡고 부시 전 대통령이 조수석에 앉아 유대를 과시한 장면은 화제를 모았다.
'캠프(군 기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군사 시설로 분류된다. 공식 명칭은 '서먼트 해군 지원 시설'로 미 해군과 해병대가 관리한다. 당초 이곳은 1942년 연방정부 직원과 가족들이 사용할 수 있는 휴양지로 건설됐으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대통령 휴일 별장으로 공식 지정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이곳을 '샹그릴라'로 불렀는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1953년 자신의 손자 이름을 따 캠프 데이비드라고 명명했다.
한편 이날 출국하는 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바이든 대통령의 영접을 받으며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해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다. 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미일 정상회의가 진행되고 3국 정상은 격식 없는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오찬도 같이 나눈다.
이후 한일 양자회담이 열린다. 북핵 공동대응과 경제안보, 교류확대 등 다양한 분야 관심사를 논의하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의제에서 제외된다.
18일 오후 3시부터는 한미일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윤 대통령은 당일 저녁 귀국길에 올라 20일 도착한다. 1박4일의 강행군이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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