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국 경제] 中채권 300억弗 순매도 '차이나런'··· 위안화 가치 16년만에 최저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2023. 8. 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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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안화 '날개 없는 추락'
美금리차이·경제침체 등 영향
외인, 中주식·채권 매도 공세
中, 위안화 방어 위해 시장개입
금리인하땐 자금유출 가중 우려
달러패권 넘보던 中야심 무너져
[서울경제]

“중국 당국자들을 만나 보니 위안화 약세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가치 하락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5월 중국을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당시 기자와 만나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문제 삼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중국은 의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면서도 달러 패권에 맞서기 위한 위안화 국제화에 주력했지만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며 중국의 야심도 무너지고 있다. 내수 소비를 부양시키겠다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금리 차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유지했으나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소비 회복은 더디며 물가는 하락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부진한 경기지표가 이어지자 중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약세가 지속된 위안화 가치는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자본시장의 외국인 자금은 이탈하고 중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도 속절없이 줄어드는 형국이다.

17일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주요 국유 은행 해외 지점이 이번 주 런던과 뉴욕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역내와 역외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고 위안화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이 같은 달러 매도와 위안화 매수가 “위안화의 가치 하락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국유 은행의 개입에도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시세는 이날 7.3496달러에 도달하는 등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는 2007년 12월 이후 16년 만에 위안화 가치가 최저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에 따른 부동산 위기와 중국 경제지표 부진, 이로 인한 금리 인하 등이 맞물려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전날 미국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발표 이후 추가 긴축 우려가 높아지며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도 위안화 환율에 추가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흔들리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에 외국인은 중국 주식과 채권을 내다 팔며 ‘차이나런’에 나서는 형국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증권거래소의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지난달 24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 정부 지원 정책 방안이 나온 후 순매수된 중국 주식 540억 위안(약 9조 8800억 원)이 대부분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외국 기관투자가의 7월 채권 보유액은 370억 위안 감소한 3조 2400억 위안(약 593조 5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국회의 이후 둔화되는가 싶던 매도세가 이달 들어 속도를 내기 시작해 15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며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소비 부진을 만회하고 청년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며 부동산 부문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결과라는 것이다.

씨티그룹의 아시아트레이딩 전략책임자인 모하메드 아파바이는 “지금까지 취한 조치는 시장을 실망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확실한 정책 조치가 없다는 투자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어쩔 수 없이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며 미중 금리 격차가 커지게 되면서 외국인의 중국 내 자금 이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 상반기 외국인의 중국 채권 투자 순유출 규모는 3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 추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최근 아시아 펀드매니저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중국 주식이 구조적 디레이팅(주가수익비율 하락) 상태에 있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비관론은 심화되는 분위기다.

부동산발 금융시장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로이터는 중국 자산관리 회사 중즈그룹이 투자자들에게 유동성 위기에 처해 부채 구조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전날 중즈그룹 경영진은 투자자들과의 회의에서 자사에 대해 종합 회계감사를 수행하기 위해 4대 회계 회사 중 한 곳을 고용했고 전략적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즈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중국 부동산신탁 회사 중룽국제신탁은 지난달 말 이후 수십 개의 투자 상품 상환에 실패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태다. 중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의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눈높이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노무라는 이날 3분기와 4분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 전망에 대한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UBS도 이날 보고서에서 “부동산 분야의 지속적인 약세는 소비 수요도 감소시킬 것”이라며 “중국이 올해 5% 안팎의 성장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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