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끼리·민족공조'는 이제 北 노동신문 금기어?…사용 '0'회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2023. 8. 17. 1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북 특수관계 관련 용어 김정은 집권 이후 지속적인 감소
'민족'보다 우리국가제일주의 등 '국가성' 강조 맥락으로 해석
김여정 '대한민국'으로 대남비난 "가성비 높은 선전선동"
北 국가성 강조 의미있으나 남북 2국가·北 주도 통일포기 아냐
심화되는 김정은 우상화…김일성처럼 '위대한 수령' '태양' 호칭
40세가 안된 김정은에 아동에 이어 청년도 '아버지'로 호칭
트위터 캡처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민족'보다 '국가'를 강조하면서 남북관계에서 한 때 집중적으로 사용됐던 용어 '우리 민족끼리'가 북한의 대표 매체인 노동신문에서 사라져 올 해 '0'회의 사용빈도를 기록했다.

특히 '민족 공조' 용어는 하노이 노딜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남북의 대화 및 교류 협력이 끊기면서 2020년부터 '0'건을 기록해 올해까지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서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 북남관계, 조국통일 등 남북 특수 관계 관련 용어들이 주요 변곡점이었던 2019년 하노이 노딜 사태에 앞서 이미 2012년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지속적인 감소 현상을 보였다.

'우리 민족끼리'는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 558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렸던 2018년 170회, 하노이 노딜 사태가 벌어진 2019년 46회으로 급감한 뒤, 2020년 5회, 2021년 3회, 2022년 5회를 거쳐 올 들어 0회를 기록했다.

'민족 공조'는 2012년 58회에서 2019년 12회, 2020년 0회로 감소한 뒤 사용된 사례가 없었다.

'북남 관계'(남북 관계)는 2012년 1066회, 2018년 446회, 2019년 179회, 2020년 48회, 2021년 11회를 거쳐 올해에는 2회가 사용됐다.

'조국 통일'은 2012년 1936회, 2018년 456회, 2019년 234회, 2020년 47회, 올해 17회가 쓰였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사용됐던 남북 특수관계의 대표적인 용어들이 이처럼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김정은 집권이후 민족보다 '우리국가제일주의' 등 북한 자체의 국가성을 강조하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 용어들의 사용빈도가 지난 2018년 남북미 대화 과정에서 크게 증가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보면 김정은 집권 초부터 현격하게 줄고 있다"며, "최근의 용어 사용도 예전 사례를 인용하면서 어쩔 수 없이 언급을 한 것이지 당초의 의미를 두고 발화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국가' 강조와 관련해서는 최근 김여정 부부장과 강순남 국방상이 남한을 비난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강순남 국방상의 이런 언급은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한민국 국호를 거론하면서 스스로의 국가성을 강조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말하듯 북한이 남북양국의 2국가론으로 가서 통일을 포기한 것이냐, 북한 주도의 통일을 포기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현재로서는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북미관계에 종속된 것으로 생각해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겹화살괄호인 《》를 써서 대한민국을 언급한 것은 존중이 아니라 조롱의 의미"라며, "단어 하나로 남쪽의 혼란을 초래한 만큼 가성비가 높은 선전선동인 셈인데, 앞으로도 이 표현을 계속 사용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 제공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김일성처럼 '수령'으로 호칭하는 빈도가 올 들어 급증하고, 김정은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대상도 아동에서 지난해 말 청년으로 확대되는 등 '김정은 우상화'도 갈수록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에 대한 수령 호칭은 지난 2021년 1월 8차 당 대회 과정에서 처음 사용된 뒤 2021년 16회, 2022년 23회, 올 들어 7월까지 26회나 사용됐다.

과거 김일성 주석을 '아버이 수령'이나 '위대한 수령'으로 호칭했던 것처럼 김정은에 대해서도 '인민의 수령', '걸출한 수령', '탁월한 수령'에 이어 '위대한 수령'이라는 호칭도 사용됐다. 김정은이 아직 만 40세가 안됐지만 '아버지'라고 부르는 대상도 지난해 말 '아동'에서 '청년'으로까지 확대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집권초기에는 축지법을 거론하며 신화와 같은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위대한 수령', '아버지', '태양'과 같은 표현을 자신에게 얹으면서 선대와 같은 우상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