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2400% 뛰었는데 이유 몰라"…덜컥 올라탔다간 '패가망신'

김진석 기자 2023. 8. 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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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가 없는데 주가가 요동친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일부 투자자들의 수급이 테마를 옮겨가며 증시를 흔들어놓고 있다. 증권가는 이유없이 급등락하는 테마주에 올라타면 자칫 크게 손해볼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7일 코스피 시장에서 리튬 사업 진출 소식을 알렸던 미래산업은 전 거래일보다 1435원(29.93%) 오른 623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차전지 합작 벤처 '자이셀(ZAICELL)'을 인수한 자이글도 7.12% 급등했다. 이들 종목은 최근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히면서 테마주로 새롭게 가세했다.

초전도체 테마주는 전날까지 급등했다가 이날 급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서남, 원익피앤이, 모비스, 서원은 나란히 20%대 급락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LK-99'는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기사를 발표하면서다. 반면 장 초반 하락하던 신성델타테크는 상승세로 돌아서며 15.91% 올랐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의 급등락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덕성우는 21.31% 하락했다. 앞서 묻지마 급등을 지속했던 대원전선우도 6.75% 내렸다. 반대로 상승 재료가 없지만 급등한 종목도 있다. 한국ANKOR유전은 25원(5.23%) 오른 503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이후 2400% 넘게 뛰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주를 중심으로 등락이 반복되며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키운 바 있다. 지난 10일 상장한 하나28호스팩은 상장 첫날 40% 치솟았지만 연일 하락하다 최저가 수준인 2005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날 상장한 KB제26호스팩도 최고가 대비 55.3% 떨어진 20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스팩주 주가가 급변동하면서 시장을 흐트러뜨리자 금융감독원이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금감원 측은 "스팩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다는 통념과 달리, 공모가 대비 주가가 높은 스팩에 투자할 경우 손실 가능성이 크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이어 스팩은 합병을 위한 도구 역할임을 언급하며 합병 이전에는 공모가(통상 2000원) 수준의 가치만 가진다고 강조했다.

변동성 커졌다…"유동성 장세 마무리"
단타성 자금은 테마와 우선주로도 갈아탄다. 2차전지 테마에서 시작된 변동성은 초전도체, 우선주로 옮겨 붙고 있다. 소수 종목 중심으로 급등이 발생하긴 하지만,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지 않다. 이날 코스피 상승 종목은 241개, 하락 종목은 649개다. 코스닥도 상승 종목은 583개인 반면 하락 종목은 960개에 달한다.

이유없는 급등락은 시장 침체 전조증상으로 읽히기도 한다. 예측 불가한 급등락이 반복되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테마주에 초단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가 급변, 투자경고종목 지정이 늘기도 했다. 지난달 기준 투자경고종목 지정 건수는 18건에 달한다. 초전도체주 파워로직스, 덕성은 이날 하루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신성델타테크도가 먼저 거래 정지된 바 있다.

이에 그간 증시를 끌어올렸던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동성장세는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흐름을 의미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유동성이 축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유효해졌다"며 "과거에도 테마를 중심으로 상한가를 지속하는 종목들이 등장하면서 유동성의 끝을 알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테마성으로만 상승을 지속하는 종목 투자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 연구원은 "구체적인 실적 성장 없이 테마를 먹고 자라는 종목들의 향후 상승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라면 투자에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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