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방해 학생 퇴실·휴대전화 금지 등 명문화···2학기 학교생활 어떻게 달라질까

남지원 기자 2023. 8. 17. 16: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교육부가 17일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이하 고시)가 다음 달 시행되면 당장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지도할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생활지도와 학습권 보호가 수월해지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학교가 학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부분이 많아 휴대전화 일괄 금지나 용모검사 등 과거 학교에서 벌어졌던 학생인권 침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업방해 학생 ‘퇴실·나머지 공부’ 근거 마련… 수업시간 휴대전화는 ‘금지’

고시는 학생 생활지도의 방식을 조언·상담·주의·훈육·훈계·보상 등으로 규정하고 학생 행동에 따라 교사가 단계별로 할 수 있는 지도 방법을 규정했다. 이를테면 수업시간에 소란을 피우는 등 수업을 방해한 학생에게는 교사가 주의를 시킬 수 있고, 개선되지 않으면 훈육에 해당하는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다.

분리 조치는 수업시간 중 교실 내 다른 좌석이나 교실 내 지정된 위치로 할 수 있다. 학생을 ‘생각하는 의자’ 등으로 이동시키거나 교실 뒤로 나가 있으라고 지시할 근거가 생긴 것이다. 필요하면 수업시간 중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 학생을 분리할 수도 있다. 현재는 학생을 뒤에 나가 있으라고 하거나 퇴실시키면 ‘정서적 학대’ 등으로 신고당할 수 있어 생활지도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다만 분리 장소를 학칙으로 규정하게 돼 있어 과거처럼 교사가 자의적으로 “복도에 나가 있으라”고 하기는 어렵다. 교육부는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이 교실 밖으로 이동하면 별도 인력이 인솔하게 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다. 학생을 정규수업 이외 시간에 특정 장소로 분리할 수도 있어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을 방과 후에 남겨 지도할 근거가 생겼다.

고시에는 교육 목적이나 긴급상황 대응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지키지 않은 학생에게는 2회 이상 주의를 주고 계속 불응하면 교사가 휴대전화를 압수해 보관할 수 있다.

학생이 교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다른 학생이나 교사를 폭행하는 등 긴급상황에는 교사가 ‘물리적 제지’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생겼다. 학생을 손으로 잡아 제지했다가는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성찰을 위한 반성문 작성을 지시하거나, 학생이 시설이나 물품을 훼손했을 때 청소 등 원상복구 과제를 부여하는 일 등도 가능하다. 학습 동기 부여를 위해 학생에게 칭찬하거나 상을 주는 등의 보상을 할 수도 있다.

학생 생활지도에서 학교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사가 학생을 퇴실시키거나 방과 후에 남길 경우, 긴급상황에서 학생의 행동을 물리적으로 제지한 경우, 소지품을 압수해 보관할 때는 학교장에게 바로 보고해야 하고 학교장은 보호자에게 신속히 이를 알려야 한다. 보호자는 생활지도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학교장은 14일 이내에 답변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 권리가 침해될 우려도 있어서 학부모에게도 이의제기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한 것”이라며 “법령과 학칙에 의한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닌 경우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는데 일단 학부모에게 이의제기 기간을 주고 학교장이 답변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고시에 근거한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처벌을 받지 않도록 아동학대 조사·수사 담당 공무원 지침에 반영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 지자체, 경찰청 등과 협의 중이다.

‘학칙으로 금지한 물품’도 압수, ‘용모·복장 지도’ 가능… 학생인권 침해 우려

고시가 학칙을 통해 규정하도록 한 범위가 넓어 학교에 따라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시는 휴대전화와 안전·건강 위해 물품, 학생에게 판매될 수 없는 물품과 함께 ‘기타 학칙으로 정해 소지를 금지한 물품’을 압수해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는 “지금도 액세서리나 화장품, 소설책 등을 교사가 함부로 압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일이 더 많은 학교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등을 ‘분리 보관’하는 방법도 학칙으로 정하게 돼 있어, 수업시간뿐 아니라 등교할 때 휴대전화를 수거했다가 하교 시 나눠주는 방식 등을 채택하는 학교도 나올 수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과잉금지 원칙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칙 제정 과정에 학생과 학부모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학칙이 만들어질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칙 제정 과정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만 돼 있어 학교가 일방적으로 학칙을 정할 우려는 남는다.

‘건전한 학교생활 문화 조성을 위한 용모 및 복장’ 등에 대해 학교장과 교원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용모·두발검사 등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의 개성,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며 이를 침해한다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라며 “건전한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복장이나 용모에 대한 생활지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구성원의 요구 등을 반영해 (학교가) 자유롭게 결정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정부는 정책연구를 거쳐 올 연말에 고시를 제정할 예정이었다. 이를 당기면서 학교가 관련 학칙 등을 정비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오는 28일 행정예고가 종료되고 그 나흘 뒤 고시가 시행되는데 개학 후 학칙을 정비해야 하는 학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며 “고시를 서둘러 제정한 만큼 미처 검토되지 못한 문제점이 추후에 나오면 개정하는 등의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