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3개월 반만에 1340선 위로···미 긴축·중 침체 불안 지속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3개월 반만에 1340원대로 올라섰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중 위안화와 일본 엔화 등이 모두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에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미 국채금리는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달러 강세와 중국 수요둔화 우려속에 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로 추락했다.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하락하며 2500선을 위협받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1원 오른 달러당 1342.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340원선에 진입한 것은 지난 5월 2일(1342.1원) 이후 처음이다.
달러 강세에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간밤 발표된 연준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긴축 행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으며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3.422를 기록해 전날보다 0.2% 이상 상승했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겹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경기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자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한·중·일 가운데 가장 강한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화도 9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달러당 146엔대로 상승했는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일본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공개시장 조작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상한선을 사실상 1%로 확대하며 통화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했지만, 미·일 간 금리차에 따른 엔저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중국의 디플레이션 위험과 유럽의 침체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의 반전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1300~1350원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코스피는 한때 2500을 내주며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 종가보다 5.79포인트(0.23%) 내린 2519.85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2482.06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카카오(-2.09%), 네이버(NAVER)(-2.02%), 셀트리온(-1.44%), 삼성바이오로직스(-1.15%)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중국 정책당국자들의 명확한 정책 대응이 나올 때까지 하방 위험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달 코스피 하락률은 지난 헝다 디폴트 사태가 불거진 2021년 9월 당시 하락률과 유사한 4% 수준”이라며 “비구이위안이 헝다에 비해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하락 폭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달러화 강세, 중국의 수요둔화 우려 등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61달러(1.99%) 하락한 배럴당 79.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2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채권시장 지표금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4.9bp(1bp=0.01%포인트) 오른 4.27%를 기록하며 종가 기준으로 2008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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