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투자금 300조원 쓸어담은 미국…韓기업이 '최다 투자'
미국 제조업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풍력·수소 분야에서 224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제조 시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10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둘 것이란 전망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한 지 1년 만에 거둔 쾌거다.
제조업 르네상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작년 8월 이후 최근까지 미국에서 발표된 제조업 투자 프로젝트를 집계한 결과 총 110건, 2240억달러 규모의 공장 증설이 계획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투자금액이 최소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인 대형 프로젝트로만 추린 결과"며 "초반 열기에 비해서는 다소 잠잠해지긴 했지만, 매달 새로운 프로젝트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작년 8월 9일 반도체법을 발효시켰다. 미국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세우면 39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직접 지원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일주일 뒤엔 IRA에 서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등 청정기술 분야 제조업 육성에 총 3910억달러에 이르는 '폭탄급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포린폴리시 등은 "양대 법안은 전 세계 자본들을 흡수해 유럽, 한국, 일본 등 핵심 동맹국들과의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정부가 내걸었던 '미국 우선주의', '제조업 르네상스' 기치의 효과는 확실했다. 이달 초에도 싱가포르 맥슨솔라테크놀로지스가 뉴멕시코주에 1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 패널 설비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퍼스트솔라는 루이지애나주에 11억달러를 들여 5번째 공장을 짓기로 했다. 루이지애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다. 단일 투자로는 지난해 8월말 인텔이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과 함께 애리조나주에 짓기로 한 300억달러짜리 반도체 공장이 역대급 규모를 자랑했다. 대만 TSMC의 애리조나주 공장(280억달러)은 2위에 올랐다.
주 별로는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가 각각 14개, 11개의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미시간주, 오하이오주, 애리조나주가 그 뒤를 이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의 20억달러 규모 전기차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주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10~20년 뒤 우리 지역이 발전한 모습을 상상하면 소름이 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기업들 중에는 한국 기업이 총 20건의 미국행 프로젝트를 발표해 1위를 차지했다.
배보다 큰 배꼽?
일부 중국 기업들은 미·중 갈등 국면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중국 고션하이테크가 미시간주에 23억6000만달러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점점 더 강화되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규제 기조로 인해 실제 가동되기까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2월 중국 CATL이 미국 포드와 35억달러 미시간주 합작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난달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의 조사로 제동이 걸렸다.
투자 유치 속도에 비해 노동력, 필수 원자재 등 자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 건설시공사협회(ABC)는 "신규 공장 건설에 필요한 노동자가 올 한해에만 50만명이나 부족하다"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의뢰한 조사를 토대로 "미국에서 향후 10년 안에 컴퓨터 과학자, 엔지니어 등 숙련 기술직 100만 개가 공석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가 제조업 만능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도미니크 바텔메 등 미시간대학교 연구진은 "정부가 세액 공제·보조금 등으로 제조업 육성 정책을 설계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증가시키는 데 그치는 '일회성 효과'만 거둔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테슬라의 뉴욕주 태양광 패널 공장 사례는 정부 주도의 제조업 육성안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뉴욕주는 공장 유치를 위해 부지를 매입한 뒤 테슬라에 연간 단돈 1달러에 임대하는 등 총 1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현재 테슬라 공장의 태양광 패널 생산량은 당초 계획의 2%에 머무르고, 고용 직원들도 대부분 태양광 기술과 관련이 없는 저임금 행정직원들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주 감사실은 "뉴욕주가 투입한 보조금 1달러당 경제적 효과는 54센트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전기차 공장도 주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인센티브가 13억달러에 달해 투자 규모(20억달러)에 맞먹는 수준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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