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서울, 마이소울'…지자체장과 운명 같이하는 도시 브랜드?

이지현 기자 2023. 8. 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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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새 브랜드 슬로건 'Seoul, my soul(서울 마이 소울)'. 〈사진=연합뉴스〉
밀턴 글레이저가 디자인한 뉴욕시의 브랜드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I♥NY'(아이 러브 뉴욕), 미국 뉴욕의 도시 브랜드입니다.

1977년 뉴욕은 경기 침체와 높은 범죄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파산 위기에까지 내몰렸죠. 시 관계자들은 관광 수입으로 뉴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문가 컨설팅을 거쳐 만든 슬로건은 '아이 러브 뉴욕(I Love New York·나는 뉴욕을 사랑한다)'.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가 지금까지 사용되는 'I♥NY' 로고를 디자인했죠.

당시 유명 배우들이 'I Love New York'을 외치는 광고가 나갔고, 이 슬로건을 담은 노래들도 유명세를 탔습니다.

또 뉴욕시는 'I♥NY' 로고에 대한 저작권을 갖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티셔츠나 컵 등 다양한 관광 상품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수익을 만들 수 있게 했죠.

결과는 대성공. I Love New York 캠페인을 시작한 해에만 2800만 달러의 수익을 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40년 넘게 가장 유명한 도시 브랜드로 남아 있습니다.

8년 만에 서울 브랜드가 또 바뀌었다



서울시의 새 브랜드 슬로건 'Seoul, my soul(서울 마이 소울)'. 〈사진=연합뉴스〉


'Seoul, My Soul(서울, 마이소울)'.

서울시가 발표한 새로운 도시 브랜드입니다.

도시 이름인 서울(Seoul)을 전면에 배치하고, 마음(하트)·경험(느낌표)·즐거움(스마일)을 의미하는 그림 문자 '픽토그램'을 디자인에 반영했습니다.

서울시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는 이번이 4번째입니다.

지난 2002년 이명박 전 시장이 'Hi, Seoul'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2006년 오세훈 당시 시장은 서브 슬로건을 추가해 'Hi, Seoul Soul of Asia)'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박원순 전 시장은 2015년 8억 원 비용을 들여 'I·SEOUL·U'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서울시장 자리에 앉은 오세훈 시장이 아이서울유를 두고 뜻이 모호하다며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죠. 결국 시민 공모와 3억 원 예산을 들여 새 브랜드 'Seoul, My Soul'을 선정했습니다.

지자체장 바뀌면 따라 바뀌는 도시 브랜드



서울의 도시 브랜드는 20년 동안 세 번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도시 브랜드가 이렇게 바뀌는 건 서울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전광역시는 2004년부터 사용해온 '잇츠 대전(It's Daejeon)'을 지난 2020년 '대전이즈유(Daejeon is U)'로 변경했습니다.

대구에서는 2004년부터 사용해온 '컬러풀 대구'라는 브랜드가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이후 '파워풀 대구'로 변경됐습니다.

최근엔 부산이 20년 동안 사용해온 '다이내믹 부산'을 '부산이즈굿(Busan is Good)'이라는 브랜드로 바꿨습니다.

이렇게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 도시 브랜드와 정책 슬로건이 함께 바뀌는 건 우리나라에선 흔한 일이죠.

“브랜드는 신중하게 만들어 오래 써야”



서울시의 이전 브랜드 슬로건, I·SEOUL·U. 〈사진=연합뉴스〉
뉴욕 사례처럼 브랜드는 도시를 알리고 각인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브랜드의 상징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뉴욕이나 나이키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상징과도 같은 슬로건을 바꾸지 않는다”면서 “브랜드는 독특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시 브랜드도 내·외국인에게 알리는 데 3~5년 걸리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처럼 브랜드 슬로건을 자주 바꾸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희복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도 “브랜드 슬로건은 신중하게 만들어서 오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말 필요할 때는 바꿀 수 있겠지만, 지자체장의 임기와 함께 생겼다가 사라지는 슬로건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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