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이준호 누나 역할, 악역 아냐…덜 자라고 못 배운 사람이라 이해 필요"[인터뷰③]

강민경 2023. 8. 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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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
구화란 역 김선영 인터뷰

[텐아시아=강민경 기자]

김선영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선영이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 속 자신이 연기한 구화란에 대해 언급했다.

김선영은 17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PL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텐아시아와 만나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와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킹더랜드'는 웃음을 경멸하는 남자 구원(이준호 역)과 웃어야만 하는 스마일 퀸 천사랑(임윤아 역)이 모든 호텔리어의 꿈인 VVIP 라운지 '킹더랜드'에서 진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극 중 김선영은 구원의 누나인 구화란 역을 연기했다. 구화란은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 킹호텔 상무 직책을 빼앗긴 후 외로웠던 과거를 회상하다가도 독기를 품는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날 김선영은 자신이 연기한 구화란에 대해 "좋은 사람이 아니다. 저는 그걸 '악하다' 혹은 '좋지 않다'라고 표현하고 싶다기보다는 덜 자란 사람, 배우지 못한 사람, 못 얻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구화란 뿐만 아니라 인생 모든 사람을 만날 때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하는 태도도 같다. '나쁜 사람' 혹은 '좋은 사람'이라고 이분법으로 나누기보다는 '왜 이러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선영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이어 "구화란에 접근할 때 '이 악역을 멋있게 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본을 봤을 때 자칫하면 말들이 단순하고 세기도 해서 배우로 연기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설득이 되어야 했다. 또 센 말들을 편하게 내뱉어야 보는 사람들도 편하게 보지 않나. 그게 가장 우선이었다. 악역을 떠나서 대사 세고, 갑자기 맥락 없이 동생에 대해 센 말을 뱉는 것을 편하다고 정당성을 가지고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라는 생각이 먼저였다"라고 덧붙였다.

김선영은 "이 사람을 좋게 꾸민다기보다 이해하려고 하는 과정이 있어야지만 되겠다 싶더라. 물론 그 모습을 잘 표현할수록 시청자들이 욕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가끔은 제가 봐도 (구화란이) 진짜 나쁜 사람일 것 같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 인물에 대한 애정을 갖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저렇게까지 덜 자란 것, 더 나아가지 못한 것, 저 상황을 뛰어넘거나 수용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구간을 찾아야 연기를 할 수 있겠다 싶더라. 그렇게 하다 보면 더 편해지는 연기를 할 수 있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입체적으로 보여지는 거다. 임현욱 감독님도 그걸 원하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선영은 "대본상에서 구체적으로 표현이 됐는지 지금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극 초반까지 구원이 7년 동안 해외를 떠돌았다. 구화란에게 구원은 회사에 대한 아무런 개념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됐다. 구화란의 대사 중에 '언제부터 회사를 생각했냐?'라고 한 게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다. 중요한 말이었던 것 같다. 저는 그 대사에 감정을 담았다. 구화란의 입장에서는 그게 정당성이었다"라고 했다.

또한 "저는 구화란 입장에서 연기할 때만 구화란만 생각하지 말고 전체를 봐야지만, 이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겠더라. 화란이 조금 생각을 더 다르게 했었다면 혹은 성숙한 인간이었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 싶더라. 이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의 태도나 이렇게까지 밖에 못 하겠다 생이 들었다. 항상 작품 할 때 어린 시절 배경이 어른들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더라.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피해 의식 속에서 어른이 돼 성장하지만, 트라우마 속에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나. 그래서 구화란은 절대적인 인물이었다. 그렇게 구축하지 않으면 연기를 못 하겠더라"고 털어놓았다.

김선영은 "사랑받지 않으면 그 사랑을 못 돌려준다. 못 배웠기 때문에 딱딱하게 굳어 있고, 그 딱딱함을 뚫고 들어갈 여지가 없는 거다. 구화란이 유일하게 배운 거라고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 건지 이런 거다. 이게 곧 아빠한테 사랑받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회상 장면 중에 상장을 찢는 장면이 있었지 않나. 그 장면이 없었으면 시청자가 구화란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선영은 "구화란의 서사를 거창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또 구화란은 회당 몇 번 나오지 않는다. 그 한 장면 구체적이지 않았더라도 해당 장면으로 '이 사람이 그때 멈춰 있을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하게 할 수 있다. 돌처럼 딱딱해진 사람은 주변에서 살살 나를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는다. 구화란이 그나마 부여잡고 있는 동아줄은 아버지인데, 아버지까지도 구화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지 않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됐다"라고 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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