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될까 ‘걱정하는’ 국민의힘의 속내
국민의힘은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에 “범죄 혐의자의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난을 퍼부으며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구속된 후를 걱정하는 속내도 감지된다. 민주당이 당대표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를 향해 “두려움과 조급함에 쫓기는 범죄혐의자 그 이상 그 이하의 모습도 아니었다”고 혹평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상황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에 빗댄 것에 대해 “시지프스는 애초에 욕심이 많았고, 속이기를 좋아했다. 이 대표와 참으로 닮은 시지프스, 끝없는 죗값을 받았던 그 결말도 같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민생을 살리기 원한다면 제발 야당 대표가 검찰에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아닌 정책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원한다면 이 대표 스스로 물러나면 해결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는 이 대표의 말을 받아 “그걸 믿는다면 ‘방탄’을 포기하고 대표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고 밝혔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지킬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겉으론 이 대표를 강하게 때리지만 당내에는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한 만큼 검찰이 이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법원의 심문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결과가 어떻든 국민의힘에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구속되면 민주당은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는 벗어나고 새 지도부를 맞이할 수 있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쇄신하는 이미지를 얻는 반면 국민의힘이 얻었던 반사이익은 사라진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 정치탄압이라는 프레임이 강해지면서 역풍이 불 수 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우리 입장에선 이 대표가 계속 국회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방탄을 하면서 대표 자리에 있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박빙의 경쟁을 해야 하는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은 민주당의 ‘포스트 이재명’ 체제에 대비하자고 주장한다.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당이 너무 많은 사법 리스크를 가진 이 대표의 반사적 이득에만 기대고 있는 게 아닌가. 집권당의 현주소는 지도부 책임이 크다”라며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되면 이번엔 결국 (체포동의안이) 가결이 된다. 이재명 없는 민주당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 대표가 구속되면 민주당의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총선) 공천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강성 친명계가 이 대표의 뒤를 잇고 그로 인해 민주당 내 갈등이 커진다면 나쁠 것 없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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