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챙기기?”…‘순살 아파트’ 놓고 건축사·구조기술사 책임 공방
건축구조기술사회 “독립 권한 필요”
국민 안전을 명분으로 건축사만 설계 및 감리 행위를 하도록 한 현행법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서로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15개 단지에서 무더기로 철근이 누락된 사태와 관련해 대한건축사협회는 지난 9일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다만 건축사들이 설계부터 감리까지 계약을 독점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축구조기술사회의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앞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지난달 19일 “건축사협회는 검단 주차장 붕괴사고가 구조기술사사무소가 수행한 구조계산 및 구조계획의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호도하며 건축사의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축사들은 모든 ‘설계’는 건축사만이 할 수 있다는 법 조항으로 설계 용역을 수주하고, 구조 ‘설계’라는 용어도 못 쓰게 하면서 사고가 발생할 때만 건축구조기술사를 설계자라고 하면서 책임을 전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건축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가 수주 경쟁, 전문인력 유입 부족, 안전불감증과 같은 건설 현장 전반의 문제와 잘못된 관행 등 총체적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부실의 원인을 두고 설계 오류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협회는 “사태를 야기한 핵심적 요인인 ‘구조계산 오류 및 누락’”이라며 “이미 건축 법령상 구조계산과 구조도면 작성 업무는 건축구조기술사가 작성하도록 보장돼 있다”고 했다.
건축사협회는 건축구조기술사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며 인력 확대와 정부 차원의 ‘인정 건축구조건축사 제도’ 도입을 언급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건축사는 1만 8872명이지만, 건축구조기술사는 1204명에 불과하다.
건축하협회는 “필로티 구조 건축물과 특수구조 건축물은 건축구조기술사가 의무적으로 공사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구조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서 실제 공사 일정 지연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설계와 구조는 따로 구분해 이원화된 체제로 갈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건축구조기술사회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한 건물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하청제도가 아닌, 구조기술사가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조기술사가 부족해 점검·관리 부실이 생긴다며 정부 지정 교육기관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하면 구조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인정 건축구조건축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건축사협회요구에도 반발했다.
구조기술사협회는 “국민 불안을 이용해 본인들의 업역을 확대하려는 황당한 주장”이라면서 “인정 건축구조건축사라는 황당한 꼼수를 쓰지 말고 국가기술자격인 건축구조기술사 시험에 도전해 합격하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건축사는 건축주로부터 구조설계를 포함한 대가를 모두 수령해도 하청 관계에 있는 건축구조기술사에게는 용역대금 지급을 미루고 이를 무기로 무리한 구조설계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상 건축구조기술사는 건축사의 하청업체로 전락, 일부 건축사의 온갖 갑질과 원가 후려치기로 신음하고 있다”며 “이것이 LH 사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한편, 건축사는 발주를 받아 건축물을 설계하고 공사를 감리(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구조기술사는 건축사의 설계를 토대로 건축물에 가해지는 하중 등을 건물 구조를 설계하는 일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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