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日·중동서 대형 파트너 합작 결실…추가 도약 청신호
7월 사우디 'SEHA 가상병원 프로젝트' 합류…11월 검증 완료시 170여개 의료기관서 활용
루닛이 핵심 매출원인 해외 시장 제도권 진입과 영향력 강화 등을 통해 또 한번의 추가 도약에 나선다. 이 회사는 최근 수년간 지속된 해외 매출 성장세와 올 들어 부각된 의료AI(인공지능) 관심도에 최근 1년여 간 기업가치가 10배 가량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한달 새 주가가 20% 이상 낮아졌고, 2분기 실적 역시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형 파트너와의 합작 결실과 중동 시장 영향력 강화를 통해 정면돌파 한다는 계획이다.
17일 루닛에 따르면 지난 6월 이 회사의 파트너사인 일본 후지필름은 '루닛 인사이트' 기반 엑스레이 분석 소프트웨어의 현지 국가 건강보험급여 적용에 성공했다.
루닛 인사이트는 AI를 활용한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으로 회사의 핵심 동력이다. 루닛의 사업은 루닛 인사이트와 암 치료 관련 이미징 바이오마커 솔루션인 '루닛 스코프' 양대축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매출의 70% 가량은 루닛 인사이트를 통해 거둬들이고 있다.
일본 보험급여 적용은 루닛의 주요 매출국 내 추가 매출 확대 요인 및 대형 파트너사와의 합작 결실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일본은 루닛 해외 매출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는 최대 시장이다. 건보적용이 의료기관 수요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추가 매출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루닛은 사업 초기부터 해외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쳐왔다. 이를 위해 선택한 전략이 대형 의료기기 제조사와의 협업이다. 2019년 후지필름과의 AI 솔루션 유통 및 공급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GE헬스케어(2020년), 필립스·가던트헬스(2021년) 등과 연달아 유통·공급 또는 공동연구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파트너사 의료기기에 자사 솔루션을 도입해 수익을 공유하는 한편, 현지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 등엔 루닛이 직접 영업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해외 유통망이 이미 구축된 파트너사를 통한 해외실적은 해마다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루닛 인사이트는 지난 2018년 국내 인허가 이후 현재까지 40여개국에서 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지난 2019년 2억원이었던 루닛의 매출액은 지난해 139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상태다. 올 상반기 역시 164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지난해 전체 실적을 넘어선 상태다. 전년 동기 대비 200%에 달하는 증가율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2만원 미만이던 회사 주가는 지난달 중순 2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성장세와 비교해 2분기 실적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2분기 역시 54억원의 매출액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시장 전망치가 70억원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지속된 실적 및 기업가치 급등에 대한 우려 역시 고개를 들며 최근 한달간 20% 이상의 주가 하락을 겪었다.
이번 일본 건보 등록 성과는 자칫 커질 수 있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요소로 꼽힌다. 일본은 물론, 다른 파트너들과 협업 중인 국가 규제 당국과의 논의에서도 의미있는 선례를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의 86%(상반기 기준)를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는 루닛 입장에선 단순 매출 확대 요인 외 의미를 지닌다.
최근 아시아와 함께 공략을 강화 중인 중동에서의 성과도 추가 성장 전망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루닛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전략사업의 핵심 과제인 'SEHA 가상병원 프로젝트'에 합류 소식을 전한 바 있따.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해당 프로젝트는 석유 중심의 산업구조 다각화를 위해 추진된 과제다. 이 가운데 SEHA 가상병원 프로젝트는 660억달러(약 88조5500억원)가 투입된다.
루닛은 해당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현지 보건부 산하의 세계 최대 규모 공공의료 가상병원에 루닛인사이트를 설치, 오는 11월까지 AI 솔루션의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다. 평가가 성공적으로 종료될 경우, 사우디 전역 170개에 이르는 국공립 가상병원 내 국가 암 검진 및 결핵 검사 프로그램에 루닛 솔루션이 활용된다.
앞서 루닛은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병원관리청과 AI영상분석 솔루션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부다비 병원관리청은 지난 2007년 설립된 중동 최대 통합의료서비스 기관으로 3000개 이상 병상을 보유한 종합병원 14곳과 다수 의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루닛 관계자는 "중동 의료영상 시장은 2021년 20억1000만달러(약 2조6950억원)에서 오는 2029년 30억5800만달러(약 4조1010억원)로의 성장이 전망되는 주요 시장이며, 현재 해외 매출에서도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중동 의료시장 적극 공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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