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수는 정치의 기본이라더니...‘국토부 → 환경부’ 기능 이관이 수해 피해 키웠다? [팩트체크]
특히 이번 수해 국면에서는 과거 국토교통부가 맡던 치수(治水) 기능이 2018년부터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약화돼 수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권에서는 이참에 치수 기능을 국토부로 다시 이관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토부에서 하던 수자원 관리를 문재인 정부 때 무리하게 일원화한 것이 화를 키웠다”며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틀 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국토부 등이 맡던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며 “환경부가 전국 지류·지천, 하수 관리 전반을 담당할 역량이 되는지 많은 의문이 제기됐고 이번 폭우 사태를 겪으며 의문이 현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관리 실패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고 심대한 재산 피해를 야기하는 만큼 문제점 보완이 시급하다”고 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치수 기능을 국토부로 옮기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한 상태다.
그렇다면 여당의 주장처럼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치수 업무를 이관한 것이 수해 피해를 키웠을까?
일단 환경부로 물관리 기능이 이관된 게 치수 전문성을 저하시켰다는 주장은 일단 조직 구성과 인력 등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근거를 찾기 힘들다.
국토부에서 물관리를 맡던 조직과 담당자가 그대로 환경부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2018년 전까지 수자원 보전·이용·개발 및 하천관리업무 등 수량 분야는 국토부, 물 오염방지 등 수질은 환경부가 각각 나눠 관리하는 이원화 구조였다.
그러나 강물 등 지표수를 주된 식수원으로 쓰는 우리나라 특성상 이 두 영역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한 기관이 일괄 관리하는게 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수량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넘겨주면서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모두 관리하는 물관리 주무부처가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물관리 기능이 순차적으로 이관되면서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온 인원은 총 356명이다. 2018년 6월 국토부 수자원정책국 소속 36명과 홍수통제소 인력 152명 등 총 188명이 환경부로 소속이 바뀌었다. 댐과 상하수도를 관리하는 공기업인 수자원공사도 이때 국토부에서 환경부 산하로 옮겨갔다.
2018년에 이어 2022년 1월 하천관리 기능이 환경부로 넘어올 때 국토부 하천계획과 15명과 국토관리청 153명 등 총 168명이 환경부 소속이 됐다.
국토부에서 치수를 담당하던 조직과 담당자가 두 차례에 걸쳐 통째로 환경부로 이동한 것이다.
이 조직은 지금까지 정원 감소 없이 환경부에서도 그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관리 조직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소속만 바뀌었을 뿐 조직 기능과 규모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일원화 이후 시스템적으로 치수 기능이 저하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다만 하천 공사와 유지보수, 수해복구 등 강 관리기능이 4년 늦게 이관되면서 환경부가 유기적인 관리 체계를 구성하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자원 개발, 홍수 통제, 댐과 보 연계운영 등 수량 관련 기능 상당분이 2018년 1차 이관때 환경부로 넘어왔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하천 관리 기능은 국토부에 남았고, 2022년 1월에야 환경부로 이관됐다. 하천관리 기능이 한 발 늦게 넘어오는 바람에 치수 한 축을 차지하는 하천 준설이나 제방 축조가 빠진 물관리 정책을 짤 수 밖에 없어 공백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홍수 대책은 환경부가 수립하는데 하천 제방은 국토부가 관리하다 보니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수자원 전문가는 “과거 국토부가 준설, 댐 건설 등을 추진하면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등 규제로 견제해왔다”며 “두 부처가 다른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환경부가 치수와 수질 관리를 모두 맡게 되면서 치수보다 환경보전이 우선시되는 기류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2020년 2월 지방하천 관리 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가면서 지방하천 정비가 부실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 하천일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지방하천은 정비율이 49%로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국가하천 정비율 79%보다 낮다. 지방이양된 시점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하천관리 기능이 이관되는 과도기적인 시기라 전반적으로 관리감독이 느슨했던데다 지자체로서도 들이는 품에 비해 성과로 잡히기 어려운 등 이유로 지방하천 범람방지 대책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방하천 정비율은 국가하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하천 재해발생은 대부분 지방하천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2020년 지방이양 이후 각 부처의 담당이 부재해 지방하천 정비나 예산 등 실적을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물관리정책실 규모를 늘리고 물관리 분야에 특화한 국토부 출신 인력을 요직에 전면 배치하는 쇄신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 치수 분야 강화 일환으로 물관리 정책실 내 ‘물위기대응 전담조직(TF)’을 신설했다. 홍수 및 가뭄 대책과 공업용수 수요 급증에 대비한 물 공급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당이 법 개정 없이 시행 가능한 개선책에 일단 집중하자는 분위기로 선회하면서 재이관 논쟁은 일단락된 분위기다. 다만 극한 기후로 인한 폭우와 가뭄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재점화될 불씨는 살아 있다.
어떤 부처가 물관리를 맡는지보다 각 부처에 걸쳐 분산돼 있는 물관리를 큰 시각에서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량·수질은 환경부로 통합됐지만, 재난안전 시스템은 행정안전부 소관이고 농업용수는 농림축산식품부, 발전 댐은 산업부가 각각 관리하는 등 소관부처가 다르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필요 없이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관논쟁을 넘어서 범정부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교수는 “환경부, 농식품부 등에 분산돼 있는 물관리 기능을 통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구가 국가물관리위원회”라며 “국토부냐 환경부냐라는 소관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치수 기능을 이관한 것 자체가 수해를 키운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치수와 관련된 업무가 순차적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하천 공사와 유지보수 관련한 업무에서 공백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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