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들 사흘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 징역 15년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4일 오후 사흘 동안 2살 아들을 집에 홀로 방치하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엄마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3.02.04. dy0121@newsis.com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생후 20개월 아들을 사흘 동안 집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친모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는 17일 선고공판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여·24)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귀가 직후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바로 알아챘을 것임에도 한시간 후에 119신고했다"면서 "그 사이 피고인은 검색 포털사이트에 아기 화장 및 장례식 비용을 검색하고, 남자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 경위에 대해 출동 경찰관에게 허위진술하기도 했다"며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아이를 키우기 버겁고 육아를 회피하고 싶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 피해자를 확정적 고의로 살해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피고인의 친구와 양아버지 모두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애착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피고인은 귀가 직전 근처 마트에 들러 피해자를 위한 키위도 구입했다"면서 "범행 이전인 지난 1월 '주 5일 아기 맡기는 곳' 등을 검색해 피해자를 어린이집에 보낼 계획을 하고 있었던 점에 비춰 확정적 고의로 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스스로를 돌볼 능력이 없고 취약한 피해자에게 옷이나 음식의 제공 없이 장기간 홀로 방치할 경우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점은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끝으로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부와 별거해 양육 및 경제적 측면에서 도움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으며 홀로 피해자를 키웠다"면서 "피해자의 양육을 근본적으로 포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유형력을 행사한 학대행위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까지 모두 참작하더라도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또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취업제한 명령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생후 20개월 아이를 사흘 동안 물 없이 방치했다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넘어 확정적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면서 "여전히 피해아동은 돌아올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2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 현관문에 수도 요금 미납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날 이 세대에서는 A(2)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2023.02.02. dy0121@newsis.com

A씨는 지난 1월30일부터 2월2일까지 사흘간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 생후 20개월 아들 B(2)군을 홀로 두고 외박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1년간 60차례에 걸쳐 총 544시간 동안 상습적으로 B군을 집에 홀로 방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B군이 숨진 채 발견되기 사흘 전인 지난 1월30일 오후 1시께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두고 다른 음식이나 물은 전혀 제공하지 않은 채 집을 나왔다.

이후 남자친구를 만나 식당에서 술을 마시거나 숙박업소에서 투숙한 뒤 2월2일 오전 2시35분께 귀가했다.

당시 상습적인 유기 및 방임으로 극심한 발육부진과 영양결핍 상태였던 B군은 홀로 60시간 넘게 방치되다가 탈수 등이 복합적 요인으로 작용해 이미 숨진 상태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rub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