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허 수익 놓고 자회사 고소했던 KAIST, 경찰은 불송치 결정

송복규 기자 2023. 8. 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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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경찰 수사 불복해 이의신청
작년 국감에선 ‘갑질’ 지적도 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문 전경./KAIST

벌크 핀펫(Bulk FinFET) 특허수익을 두고 벌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자회사 KIP의 분쟁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KAIST가 미국에서 제기한 소송이 기각된 데 이어 자회사를 상대로 한 형사 고소도 경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지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KIP 대표 강모씨에 대해 올해 6월 불송치 결정했다. KAIST는 경찰 수사 결과에 불복하며 지난달 이의신청했다.

☞관련기사 3D핀펫 특허 소송 끝났나 했더니...전쟁 앞두고 자회사 대표 고소한 KAIST

벌크 핀펫(Bulk FinFET) 특허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원광대 교수 시절 발명한 것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 소형화를 위해 사용한 3차원 트랜지스터 기술이다. 국내 특허권은 KAIST가, 미국 특허권은 이 장관이 각각 소유하고 있었다. KIP는 KAIST의 특허관리 자회사로 설립돼 한국 특허의 전용실시권을, 이 장관과 수익 배분을 조건으로 미국 특허권을 양도 받아 삼성전자와 인텔, 애플을 대상으로 특허침해소송을 진행했다.

KIP는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진행하며 특허소송 전문 투자사인 폴리나(Paulina)와 핀펫 특허소송 관련 자금 지원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에서는 특허소송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소송을 위해 폴리나와 같은 특허소송 전문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KAIST와 KIP의 분쟁은 특허침해소송에서 모두 승소한 뒤 폴리나가 한국과 미국 특허수익 비율에 문제를 제기하며 발생했다. KIP는 KAIST 요구에 따라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사용료를 36(한국) 대 64(미국)의 비율로 받기로 합의했는데, 폴리나가 한국 특허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 KAIST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폴리나는 삼성전자 특허수익과 관련해 20(한국) 대 80(미국)을 요구했다.

KIP는 2020년 8월 폴리나와 중재 재판을 시작했고, KIP가 보유한 한국 특허분 2100만달러가 에스크로 계좌에 동결됐다. KAIST와 KIP는 초기에는 재판에 협력하며 폴리나와의 미국 중재소송에 따라 한국 특허 사용료가 변동될 수 있다는 내용을 합의했다.

그래픽=편집부

하지만 KAIST가 돌연 KIP가 업무협약서, 기본협약서, 특허수익 배분 합의서를 위반했다며 2021년 3월 미국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KAIST는 KIP와 분쟁이 발생할 시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하기로 한 계약까지 무시하며 미국에 제소했다. 결국, 이 중재 재판은 지난해 10월 미국 위스콘신 동부연방법원에서 ‘관할권 없음’으로 기각되면서 상사중재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KAIST의 소송전은 국내에서도 벌어졌다. KAIST는 미국 중재 재판이 무산되자 KIP를 상대로 국내에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KAIST는 지난해 10월 KIP의 특허소송 자료와 지출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소송을 내고, KIP 대표 강씨를 횡령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가처분 소송은 올해 1월 기각됐고 형사 고소는 이번에 경찰 수사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됐다.

KAIST가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많다. KAIST는 KIP가 폴리나와의 재판에서 이길 때 특허수익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인데, 애꿎은 자회사의 소송으로 비용만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KIP는 삼성전자 특허 사용료를 두고 폴리나와 벌인 중재 재판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IP의 확정 수익이 줄면서 KAIST가 핀펫 특허로 얻을 수 있는 사용료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협약서를 어겨가며 자회사를 상대로 한 제소는 ‘갑질’에 해당한다”며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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