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압수수색…카카오의 SM 주가조작 혐의, 쟁점은?

최우영 기자 2023. 8. 17.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SM엔터테인먼트 성동구 사옥. /사진=뉴시스


카카오의 SM(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가 하이브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SM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워 하이브의 인수 시도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두고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개인 사무실과 카카오의 법률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율촌까지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김성수 카카오 엔터 대표는 출국금지 조치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카카오의 주가조작 혐의에 따른 쟁점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SM 주식을 대거 매입한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카카오의 관계, SM 주가 상승에 따른 피해자의 실체, SM 인수 무효 결정이 날 경우의 추가적 피해상황 발생 등이다.
싱가포르계 펀드 원아시아, 카카오 입김 받았나
당초 하이브가 제기한 의혹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 지분을 800억원 규모로 대거 매입하면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부분이다. 한정된 자금력으로 SM 인수를 시도하던 하이브에게 부담을 주고, 카카오가 보다 용이하게 인수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인 원아시아는 2021년 카카오의 골프사업 계열사인 카카오VX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카카오와 관계를 맺어 왔다. 특히 배재현 카카오 CIO(최고투자책임자)가 김태영 원아시아 사장과 과거 CJ그룹 미래전략실에서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맺은 점도 주목 받고 있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단순한 친분관계나 투자관계만으로 범죄성이 짙은 '주가조작' 개입까지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아직 이 같은 개입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한 행사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어느 정도는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SM 인수 포기한 방시혁, 카카오와 파트너십 구축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사진=하이브
만약 원아시아가 카카오를 지원할 목적으로 SM 지분을 매입했다 하더라도, 이에 따른 피해자를 특정하는 것도 난관이다. 주가 상승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은 수익을 올렸다. 피해 당사자를 따지자면 당시 SM 인수 의사를 접은 하이브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정도가 될 수 있다.

다만 하이브는 SM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카카오와 콘텐츠 협력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난 3월 방시혁 의장은 "카카오와 합의를 이끌어내 아주 만족하고 있다"며 "인수 결과만을 승패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카카오는 지난 4월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 SM 아티스트들의 공식 커뮤니티를 개설하며 하이브와의 사업 협력을 시작했다. 하이브의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에도 함께 입점하며, SM 아티스트들의 공식 팬클럽도 위버스의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러한 협력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카카오에 대한 SM 주가조작 혐의 추궁이 이어질 경우 당초 문제를 제기했던 하이브로서도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SM 인수 되돌리면 '대혼란' 아티스트까지 피해 우려
지난해 8월 26일 최강창민, 웨이션브이, 슈퍼주니어, 민호, 레드벨벳이 일본에서 열리느 'SM타운' 공연을 위해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금감원이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를 사실로 판단 내리고 검찰에 고발할 경우 또 다른 후폭풍이 밀려들 수 있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에 따라 카카오가 SM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했다고 결론이 나면 해당 지분을 강제로 처분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 경우 카카오에 인수된 뒤 실적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는 SM 경영에 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SM은 이수만 창업자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수익성이 저조하다는 평을 받아오다, 카카오에 인수된 뒤인 올해 2분기 실적이 매출액 2398억원, 영업이익 35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 84%씩 증가하며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증권사들은 SM 목표주가를 상향하며 올해 하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SM의 지배구조에 다시 변화가 온다면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에도 유무형의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SM의 경영이 악화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