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원칙·정신’ 채택 예정…“인·태 범지역 협력체로 진화”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8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 참석차 17일 출국했다. 한·미·일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3국 협력 원칙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회담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 등 문건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북한 대응 중심의 3국 공조 범위를 넓혀 인도·태평양 지역 내 독립적 협력체로 띄운다는 구상이다. 한·미·일 안보협력도 한반도 차원을 넘어 확대·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위해출국했다.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발인제와 안장식을 마친 뒤 예정대로 3국 정상회담 참석길에 올랐다. 1994년 첫 3국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세 정상이 3국 정상회담만을 위해 따로 모인다.
회담의 핵심은 3국 공조 체제를 제도화해 안착시키는 작업이다. 이미 한·미·일은 향후 협력 강화의 기본 바탕이 될 두 가지 문건을 채택하기로 확정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밝혔다. 우선 캠프 데이비드 원칙을 채택해 3국 협력의 주제별 주요 원칙을 밝힌다. 3국이 공동의 가치와 규범에 기반해 한반도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는 원칙이 담길 예정이다. 경제 규범과 첨단기술, 비확산 등 글로벌 이슈에 공동대응한다는 내용도 담긴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한·미·일 회담의 공동성명 격으로 세 정상의 공동비전과 정상회담 결과를 포함한다. 복합 위기에 직면해 3국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3국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천명하는 내용이 담긴다고 김 차장은 설명했다. 공동 비전과 구체적인 3국 간 협의체 창설,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확장억제와 연합훈련, 경제협력, 경제안보 등의 내용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확정된 2개 문건과 별도로 1개 문건이 추가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한 한·미·일 3국 공조는 이번 회담을 기점으로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게 된다. 김 차장은 “30년 가까이 한·미·일 대화가 이어져 왔지만 세 나라의 국내 정치 상황, 대외정책 노선 변화에 따라 대화의 지속 기반이 취약했고, 협력 의지도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한·미·일 협력체는 그간 북한 위협에 초점을 둔 한반도 역내 공조에서 인·태 지역 전반의 자유, 평화, 번영을 구축하는데 기여하는 범지역 협력체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미·일 동맹’이 아닌 ‘3각 안보 협력 체제’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동맹은 동맹 체결자의 일방이 공격 당했을 때 자동적으로 다른 일방이 참전하게 되는 관계를 의미하는데 한·일관계는 그런 동맹관계가 아니다”며 “한·미·일은 특정한 위협과 대상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유기적으로 공유하고, 세 나라가 공히 각자의 안보 이익에 직결된 문제라고 합의할 때 협력하는 협력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간 군사협력 강화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가 결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같은 집단안보동맹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한·미·일 안보 협력체’가 미국·인도·일본·호주의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보다 밀도 있는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쿼드는 인도가 포함된 인·태 지역 협력체”라며 “지리적으로 한·미·일 협력체가 보다 인·태지역에서 집중된, 서로 초점을 부각해 맞출 수 있는 영역의 모여 있는 이웃(간의 협력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협력체의 협력 내용이 보다 밀도 있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3국 정상회담과 함께 한·미, 한·일 양자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양자 간의 글로벌·지역·안보·경제·사회문화 협력 분야 현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한·일관계 현안인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고위 관계자는 “한·일 양자회담에서도 오염수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3일 오염수 방류 문제는 한·미·일 회담 의제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3국 공조의 새 기반을 닦는 회담 의미에 집중하기 위해 ‘불편한 이슈’는 의제로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국 회담과 한·일 양자 회담에서 오염수 방출 문제가 모두 다뤄지지 않을 경우 회담 결과를 두고 ‘오염수 방류에 침묵했다’는 여론의 비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출국해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뒤 다음날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한다. 캠프 데이비드 도착 뒤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첫 일정으로 한·미 양자회담을 한다. 뒤이어 3국 정상회담과 3국 정상의 오찬이 차례로 열린다. 오찬 뒤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뒤이어 세 정상이 공동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설 예정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곧바로 귀국길에 오른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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