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필요?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국회 지적 들어보니

이창섭 기자 2023. 8. 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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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정감사 보건·복지 첫 번째 이슈 '간호법'
"간호법 편익,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국회입법조사처 지적
간호조무사 등과 이해충돌 우려도… 복지부 대안은 오리무중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대한간호사협회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23.5.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간호법 갈등이 재점화하려는 가운데 국회가 법 제정이 가져올 이익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 간호·돌봄 수요 증가에 대비해 간호사 업무 범위가 넓어져야 하는지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 등 간호법 시행으로 이해충돌 소지가 생길 직역들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조사처)는 전날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발간하고 보건·복지 분야의 가장 첫 번째 주제로 간호법 제정 논란을 언급했다.

간호법 제정은 지난 5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간호법 제정안을 하반기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갈등으로 점철됐던 입법 과정의 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사처는 의사·간호사 등 직역별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간호법 제정이 가져올 편익의 객관적인 실증 분석과 △이해충돌을 방지할 직역 간 이해관계 조정이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 업무 범위를 병원 밖, 지역사회로 넓힌다는 내용을 담는다. 간호사가 환자 집이나 지역 복지시설을 방문해 간호·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제도화하는 것이다. 노인 인구 증가로 지역사회, 즉 가정에서의 간호·돌봄 서비스가 급증할 예정이고 이에 대비해 간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게 입법 목표다.

의료계와 간호계는 '지역사회'라는 표현을 두고 간호사의 단독개원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로 다퉜다. 조사처는 이보다는 '지역사회' 문구가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를 바꿀 수 있다고 봤다. 병원에서 간호사는 의사 지도하에 진료를 보조하기에 둘 사이의 관계는 종속적이다.

그러나 조사처는 '의료인이 하는 의료·간호 행위에는 규정된 경우 외에 누구든지 간섭하지 못한다'라는 의료법 제12조 1항에 따라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면, 의사와의 '지도-종속' 관계가 '역할-협업' 관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이 간호사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로까지 확대하는 것이라면 그 이유와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에서 미래에 간호·돌봄 서비스가 얼마나 증가할지 예측하고, 수요 증가에 대비해 필요한 간호 인력은 얼마인지 정확하게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간호 인력 공급이 미래의 돌봄 서비스 수요보다 적다면 이런 '지역사회' 논란에도 불구하고 간호법 제정의 명분과 근거가 생긴다.

조사처는 보건복지부(복지부)를 향해 "서비스 수요와 공급량에 대한 추정치 산출 및 수급 방안 등을 마련해 정책 집행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이 7일 서울 중구 쌍림동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2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준법투쟁 2차 진행결과 및 준법투쟁 현장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6.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역할을 하는 정부 기구가 있다. 복지부 산하의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다. 2019년 '보건의료인련지원법' 제정으로 만들어진 기구이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곧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통폐합될 예정이라 지금은 의미가 없는 위원회다.

앞서 간호법 제정의 대안으로 복지부는 "지역사회와 관련해서는 의료법, 국민건강보호법 등 의료와 돌봄 관련 법제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는 조사처 지적 사항에 대한 의견 및 관련 법제 혁신의 진행 상황을 묻고자 담당 부서인 복지부 간호정책과에 여러차례 문의했으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조사처는 '간호법 제정 논의를 위한 협의체'(가칭)를 구성할 것도 제언했다. 간호법 시행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직역 간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조사처는 간호법 시행으로 인한 간호사의 권한과 업무 수행이 간호조무사의 지위·역할을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가령, 의료법에서 간호조무사는 의사와 간호사의 보조 인력이다. 간호법 제12조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보조하여 업무를 수행한다고 명시했다. 조사처는 "간호사의 '업무 보조'라는 게 간호조무사가 의사 지도하에 수행하는 업무를 모호하게 한다"며 "간호사의 보조 인력이라는 간호조무사의 지위에 간호사의 '업무 보조' 역할을 제한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사회에서 각 직역들(특히 간호조무사)의 지위와 역할 및 업무 협력관계를 적합하게 설정하기 위한 이해관계 조정 원칙을 규범적으로 소통·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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