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버티기에 총선까지… 표류 길어지는 재정준칙 법제화
文때부터 다뤘지만 국회 표류만 3년
野 “저성장 장기화, 오히려 지출 늘려야”
與 “尹정부 핵심 법안이라고 무조건 반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오는 24일 국가채무와 재정적자에 상한선을 두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논의한다. 정부 재정의 실질 지표인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상반기에만 83조원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다. 정부 예상치보다 25조원이나 많은 수치다. 유례 없는 저출산·고령화로 정부와 민간 부채도 급증했다. 그러나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연내 통과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떤 방식이든 법으로 지출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이 커서다.
17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의 골자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대비 3% 이내로 관리하되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2% 내로 축소해 중장기적으로 60% 안팎에서 이 비율을 유지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현재 재정건전화 관련 법안은 총 9건이 발의돼있다.
국회가 마지막으로 재정준칙을 논의한 건 지난 6월 27일이다. 당시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어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 66개 안건을 상정하고 4시간 가까이 협의했었다. 그러나 여야 이견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일주일 뒤인 지난달 4일에는 해당 법안을 안건에만 올려놓고는 아예 논의조차 못했다.
국민의힘은 8월 임시국회 기간에 재정준칙 법제화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를 ‘1순위 과제’로 정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조선비즈에 “여야 간사 간 안건을 협의 중”이라며 “국민의힘은 가장 시급한 첫 번째 안건으로 재정준칙 법제화와 관련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저성장 장기화 국면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법으로 지출을 막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30여년만에 강등한 뒤 한국 신용등급 동반 하락 위험성도 커졌지만, 민주당은 국가 부채비율이 양호하다고 봤다. 여당과 달리, 시급하게 이 법안을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지출준칙 도입’도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안(案)처럼 재정수지(정부 재정의 수입과 지출 간 차이)만 제한하지 말고, 지출 자체에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제한하자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따로 법안을 발의하고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류 의원은 기자들에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야당에서 지출준칙 이야기가 있어서 따로 법안을 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재정준칙은 적용 기준에 따라 ▲재정수지준칙(정부 수입에서 지출을 제외한 재정수지를 관리하는 방식) ▲지출준칙(수입은 고려 않고 지출한도만 명시하는 방식) ▲채무준칙(국내총생산 대비 채무 비율의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 ▲세입준칙(과도한 조세부담 방지를 위해 세입의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 등으로 분류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부가 선호 및 추진하는 방식은 재정수지준칙이다. 감독이 용이하고 운용지침도 명확하다. 수입과 지출을 모두 고려하고, 재정총량을 수치로 제어한다. 다만 경기안정화 기능은 부족하다는 게 단점이다. 반면 지출준칙은 거시적으로 경기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출을 명시적으로 제한해 정부 수입이 많을 때는 경기과열을 막고, 수입이 적을 땐 ‘확장재정’이 돼 경기 대응이 용이하다. 단점은 일부 영역에서 정부가 ‘한도’를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 관행이 발생할 수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에도 재정준칙 법제화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관련 법안을 냈지만, 여당이던 민주당의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후 재정준칙 문제는 3년 가까이 국회에서 표류 중인 셈이다.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조선비즈에 “재정수지방식이든 지출방식이든 뭐가 돼도 좋으니 일단 재정준칙을 제발 처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4월에 재정준칙 관련 민주당 소속 기재위원들이 지적하는 사항에 대해 기재부가 수정·보완책을 만들어 의원 각각 개별로 찾아가 제시했다”며 “그 당시에는 민주당 의원들도 ‘이 정도면 괜찮겠다’고 답했었는데 8월이 넘도록 재정준칙 법제화를 논의 우선 순위에 넣어주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법안’이라고 규정되는 순간 정무적 판단에 따라 통과를 안 시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민주당은 해당 법안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언론에서 ‘추경과 맞바꾸려고 저울질 한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오지만, 사실 문재인정부 때도 우리는 재정준칙 법제화에 반대했다”며 “지난번 회의 때 (법제화에 찬성을) 안 하는 것으로 기본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국가재정법으로도 이미 재정준칙 수준에서 부채 관리가 잘 되고 있고, 우리 재정상태로 볼 때 (재정준칙 법제화는) 필요가 없다”며 “재정준칙같은 규정을 만들면 기재부의 통제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굳이 필요하지도 않는 것을 (정부가) 밀어붙이는 것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내년 4월 총선 채비와 시기가 겹친 것도 법안 논의에 걸림돌로 꼽힌다. 여야 모두 공천 작업 등 선거 준비에 돌입하면 법안은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자기네 정권 하에서 냈던 재정준칙조차 반대했었다”며 “정부여당이 낸 건 단순하고 충분히 논의가 가능한 영역이다. 나라 빚이 이렇게 증가하는데 아무리 야당이라도 전향적으로 자세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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