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일반 영화관 3배 가격이지만 내집처럼 편안...프라이빗 영화관 찾는 MZ세대

이학준 기자 2023. 8. 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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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프리미엄 영화관 이용 증가세
MZ세대 ‘스몰 럭셔리’ 소비 문화 영향
전문가 “’프라이빗 영화관’ 이용자 늘 것: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조모(27)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프라이빗 영화관’을 찾는다. 일반 영화관 2층에 마련된 독립 공간으로 최대 4인이 여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 뒷좌석 관람객의 발차기와 휴대전화 울림 등 타인의 소음으로부터 자유롭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음식을 섭취하고 옆 사람과 영화 감상평을 나눌 수도 있다. 가장 저렴한 좌석의 가격이 3만5000원으로 일반 상영관(1만3000원)의 약 3배이지만 조 씨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한 편만큼은 마음 편하게 관람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확산했던 프라이빗 영화관에 대한 수요가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집에서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편안하게 영화를 즐기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이 넓은 화면과 실감 나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영화관에서도 비슷한 환경을 취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들의 스몰 럭셔리 소비(본인이 좋아하는 작은 상품이나, 경험 또는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부합하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문화)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CJ CGV 용산아이파크몰 프라이빗 박스 모습./CJ CGV 제공

17일 메가박스에 따르면 작년 기준 더 부티크와 더 부티크 프라이빗, 퍼스트 클럽 등 특별관을 찾은 관객 중 20~30대 비중은 53.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MZ세대 중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30대를 중심으로 프라이빗 영화관에 대한 소비가 증가세를 보인 결과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특별한 경험을 선호하는 20~30대 특성을 고려하면 편안한 관람 외에도 시청각적인 강점을 보유한 특별관을 찾는 소비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CJ CGV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전국 영화관에 소파에서 즐길 수 있는 ‘골드 클래스’, 침대에 누워서 관람이 가능한 ‘템퍼 시네마’, 대관형 프리미엄 상영관 등을 도입할 방침이다. 특히 8인 규모의 럭셔리 대관 전용 고급 특별관도 11월 선보인다. CJ CGV 관계자는 “가격 대비 심리적 효과를 뜻하는 ‘가심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 특성상 영화관람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좌석을 찾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빗 영화관 중 가장 저렴한 좌석의 가격은 3만5000원으로 일반 상영관(1만3000원)의 약 3배다. 최상위 등급 좌석은 대관 전용으로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일반 상영관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고급스러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에 이곳을 향하는 발길이 끊기지 않고 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을지영화관은 최근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영화 관람을 선호하는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독자 제공

독립적으로 공간을 대여해 영화 상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해 개별적인 공간과 식사, 영화 관람을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영화관 ‘을지영화관’은 20대들의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이미 8월 예약은 전부 마감될 정도로 수요가 많다. 지난 12일 이곳을 방문했던 심모(26)씨는 “가격대가 일반 영화관 티켓값보다 비싸긴 하지만 시설이 깨끗하고 나만의 시간을 완벽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끄는 배경으로 을지영화관 대표 김인수(25)씨는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만족감을 확실히 높일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해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용자분들의 연령대도 대부분이 20~30대로 소위 말하는 MZ세대들이다”며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제대로 즐기고, 타인을 의식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한 것이 인기의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소비문화는 MZ세대 특유의 ‘스몰 럭셔리’ 소미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품 백’은 구매하지 못해도, 고급 브랜드 향수는 사고, ‘5성급 호텔’ 숙박은 힘들어도 호텔 뷔페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영화를 관람하더라도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프라이빗 영화관과 관련한 젊은 세대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 취업난으로 MZ세대가 겪는 경제적 우울감이 커지면서, 한 달에 한번이라도 자신을 위해 과감히 비용을 투자를 하는 ‘스몰 럭셔리’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며 “OTT와 일반 영화관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고급스러움에 대한 갈증을 프라이빗 영화관이 해소해줄 수 있어 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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