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올린 내 잘못?"…'N번방 방지법'에도 디지털 성범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된 지 약 3년이지만 디지털 성범죄 지원 건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등 관련 법 제정이 무색한 실정이다.

N번방 방지법은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것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이 포함돼 있다.

15일 대전시 디지털성범죄특화상담소 다힘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지원 건수는 2021년부터 2년간 1787건이다. 이중 상담은 717건, 삭제지원은 30건, 치유회복 프로그램은 173건, 수사·법률지원 연계는 752건, 의료지원 연계 115건이다.

올 들어서는 지난달 말 기준 995건(상담 482건, 삭제 지원 7건, 치유회복프로그램 103건, 수사·법률지원 연계 392건, 의료지원 연계 11건)으로 이미 1000건에 육박, 지난 2년간 수치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처럼 방지법 시행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불법촬영물 유포 및 협박이 전부였던 범죄 유형이 최근 무료 앱 등으로 사진 합성과 딥페이크 기술 활용이 쉬워지면서 일반인들의 가상 음란물 생성·유포가 더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사진 합성 등을 하는 전문업체 등장이나 손쉽게 할 수 있는 무료 앱들이 많이 나오면서 손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살인은 검거율이 90%가 넘어가는 반면 디지털 성범죄의 검거율은 거의 희박하다"며 "이를 '처벌의 확실성'이라고 하는데, 처벌의 확실성이 부족해 범죄자들이 붙잡힐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지역 내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적지 않다.

직장인 박모(28) 씨는 "지난해 초 SNS에 올린 셀카가 '아헤가오'라고 불리는 표정으로 바뀌어 지인들한테 보내지고, 내 얼굴에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알몸과 합성된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었다"며 "그 뒤로 트라우마가 생겨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은 아예 올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당시 집안 어른들과 친구들에게 이런 문제점과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인터넷에 사진을 왜 올리냐'는 식의 걱정을 듣기도 했다"고 했다.

법 시행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가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지속 발생하는 이유로 음란물 중독을 꼽았다.

박 교수는 "이들은 대부분 음란물 중독의 양상을 띠는데, 불법촬영물을 예로 음란물 중독과 실제 성범죄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메커니즘을 보면 처음에는 불법촬영물은 보는 것에서 만족하다가 나중에는 직접 찍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추앙받으며 스스로 '진짜 강간한 것도 아닌데 어때'라고 생각해 죄의식이 경미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독은 뇌의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으로, 알코올 중독자들이 알코올을 아예 끊는 것처럼 디지털 성범죄자는 음란물을 아예 끊도록 하는 등 문제유발 행위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