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야기 듣다보면 세대 간 벽도 사라져요” 13년 이어온 ‘어르신 자서전 써드리기’
309종 자서전 발간…“대상·주제 다양화”
충남 천안 서북구 불당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 지난 8일 오후 ‘세대공감 어르신 자서전 써드리기’ 봉사활동에 참여한 천안 복자여자고등학교 1학년 이윤서 학생(16)은 태블릿PC에 ‘외롭고 몸이 불편할 때에는 성당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봄·가을이면 지리산에 3박 4일 동안 여행을 다니며 즐거운 추억들을 보냈다’라고 적었다. 이 메모는 향후 발간할 어르신 자서전에 담길 내용이다.
이날 경로당에는 이광희씨(79)의 자서전을 쓰기 위해 이 학생을 비롯해 같은 반인 정소연·유하은·이예원 학생이 모였다. 학생들은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육박하자 어르신의 건강이 걱정됐는지 음료수를 사 들고 이 곳을 찾았다.
이씨는 이윤서 학생의 할아버지다. 1970년부터 2007년까지 교단에 섰던 이씨는 교직 생활 대부분을 충남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보냈다.
그는 A4 용지 10여 장에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의 삶을 손글씨로 빼곡하게 적어왔다. 지금은 색이 바랜 교원자격증과 훈장, 훈장 수상 당시 사진 등도 학생들 앞에 자랑스레 펼쳐 보였다.
이씨는 “생각하지도 못한 자서전을 (학생들이) 써준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갈수록 세대 간 갈등이 심해해지고 있는데 ‘어르신 자서전 써주기’는 노년층과 청년층이 만나 서로 대화하는 등 세대를 이어주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서 학생도 “자서전 써드리기 활동에 참여하면서 할아버지와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며 “처음에는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신청했지만 관련 교육을 받고 활동의 의미를 알게 된 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공감 어르신 자서전 써드리기는 충남교육청 학생교육문화원이 2011년부터 시행 중인 봉사 활동이다. 청소년이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 경험을 지닌 어르신 이야기를 듣고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책으로 발간하는 사업이다. 대개 어르신 1명과 학생 3~5명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글쓰기 능력을 키우면서 어르신들에게 말벗이 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간 학생 1661명과 어르신 355명이 참여해 총 300개 자서전을 세상에 내놨다. 올해에는 천안 지역 2개 학교에서 학생 35명이 참여하고 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매년 4월 자서전의 의미와 인터뷰 방법, 녹취록 풀기 등을 익히는 연수를 받는다.
자서전 쓰기는 이후 진행된다. 학생들은 어르신들을 3~4차례 인터뷰한다. 9~10월에는 특강 지도 강사를 초청해 교정 및 편집 작업을 진행하고, 11월에는 자서전을 발간한다. 발간된 자서전은 어르신에게 10권, 학생에게 각 1권씩 제공되며 나머지는 충남교육청 학생교육문화원에 보관된다.
충남교육청 학생교육문화원 관계자는 “처음엔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자서전 쓰기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인터뷰 대상자 폭을 넓혀 섭외하고 있다”며 “참여자 수요와 환경 변화를 반영해 추후 자서전 써드리기 대상과 주제 등을 더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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