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급 오프닝 연 '오펜하이머'가 넘어야 할 산[스타in 포커스]

김보영 2023. 8. 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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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오프닝 열었지만…하루 만에 70% 이상 뚝
"극장 콘텐츠의 힘" 호평에도 긴 러닝타임 등 호불호
IMAX는 매진인데 일반관은 텅텅…진입장벽 불평도
15세 관람가인데 '선정적' 시끌…평전 읽기 움직임도
장기 흥행 유력한 '콘유'·'달짝지근해' 공세 막을까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개봉 첫날 55만 명, 핵폭탄급 스코어로 오프닝을 열었던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이틀 만에 누적 관객 수 7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70%가 넘는 낙폭으로 일일 관객 수가 14만 명대로 하락, 입소문과 동시에 호불호가 극명히 엇갈리는 반응으로 거품이 빠지는 모양새다. 아울러 지나치게 긴 러닝타임에 대한 불편 속출과 더불어, 배경지식을 요하는 높은 진입장벽, 15세 관람가에 걸맞지 않는 선정적인 장면들이 나온다는 지적 등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호평이 자자한 국내 대작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와 알찬 후기의 허리급 영화 ‘달짝지근해: 7510’(감독 이한)가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며 뒤를 바짝 쫓는 상황.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8월 극장가 대진표에서 ‘오펜하이머’가 역대급 관심을 받게 된 비결, 장기 흥행을 위해 ‘오펜하이머’가 넘어야 할 장애물들을 살펴봤다.
개봉 첫날 55만 역대급 오프닝→하루 만에 14만 대로

17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오펜하이머’는 개봉 이틀째 14만 6907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70만 497명을 기록 중이다.

앞서 ‘오펜하이머’는 지난 15일 광복절 연휴 개봉일 오프닝 스코어 55만 명으로 크리스토퍼 감독 역대 최고 오프닝 성적을 갈아치웠다. 이는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 이후 외화가 달성한 최고 오프닝 기록이기도 하다. ‘오펜하이머’는 개봉 전 시사를 통해 평단 및 매체들의 호평을 얻으며 ‘극장 필람 영화’로 등극했다. 개봉 이후 실관람객들 사이에서도 ‘전기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한 번 더 극장에 보러 갈 것’ 등 입소문을 낳고 있다.

평단의 반응도 대체로 호평일색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콘텐츠의 놀라운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평전 원작에 대한 충실하면서도 완벽한 재해석 능력을 입증했다”고 평했다. 첫날 역대급 스코어에 대해선 “천재적인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된 유명세가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역시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가 아닌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한국에서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가 우선 한몫했고, 한 인물의 일대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풀어낸 그의 감각과 휴머니즘의 스토리텔링이 입소문의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수치를 제외한 흥행 추이를 놓고 보면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개봉 첫날이 연휴라는 점, 둘째날이 평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틀째 일일 관객수의 낙폭이 매우 큰 것. 전날과 비교해 약 73%의 하락율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날 오후 기준 61.5%(30만 30만 5898명)로 ‘오펜하이머’가 예매율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특별관인 IMAX, 돌비시네마 관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일반상영관 관객들의 비율은 그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따른다. 물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기를 끌었던 천만 외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도 특별관 관람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아바타2’는 처음부터 3D가 기본 포맷이었던 작품이었고, 통상적으로 스케일 큰 액션 영화들이 특별관 포맷에 적합한 작품으로서 소비되어왔던 점을 보면, ‘오펜하이머’는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제로 CG로 구현된 폭발 장면 등 일부 인상적인 장면들을 제외하곤, 볼거리보단 한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정적인 영화라는 실관람평도 이어진다.

IMAX 관람 열기 오히려 독?…러닝타임·진입장벽은 숙제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오펜하이머’가 개봉 전 굉장히 이른 시기에 IMAX 예매를 오픈해 빠른 시일 안에 전석을 매진시켰으나, 그에 비해 일반 상영관 점유율은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라며 “업계 최초 흑백 IMAX 카메라로 촬영한 점, 제로CG로 구현한 스케일 등을 마케팅 요소로 내세운 영향이 큰 것 같다. 특별관 위주의 소비가 높은 게 장점이 될 수 있으나 한편으론 ‘일반 상영관’ 관람 선택을 피하게 만드는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오펜하이머’ 같은 작품은 특별관이 아니더라도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한 영화이지만, 요즘처럼 액션 등 눈에 띄는 볼거리나 코미디에 익숙해진 관객 입장에선 기대와 다른 면모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이미 그런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며 “또한 한국에서 극으로 치솟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명성이 오프닝에 도움을 줬으나 역으로 앞으로의 장기 흥행에 오히려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오펜하이머’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선 호평 못지않게 “생각보다 영화가 다큐멘터리에 가깝고 난해하다”, “180분은 아무래도 다소 길게 느껴졌다”, “화장실에 가지 못해 난감했다” 등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속출한다.

극 중 등장하는 노출신, 음주 및 흡연 장면들로 ‘선정성 논란’이 불거져 시끌시끌해지기도 했다. ‘오펜하이머’는 15세 관람가인데, 대량 살상 무기 개발, 전쟁 등의 소재를 다루는 주제를 비롯해 신체 노출, 성행위 묘사 장면 등이 15세 관람가라 하기에 수위가 다소 높다는 것. 이에 대해 영상물 등급위원회 측은 “선정성 및 약물의 수위가 다소 높은 장면이 있었으나 지속적으로 표현하지 않아 15세 관람가로 판정했다”고 설명했다.

과학 관련 지식, 오펜하이머란 인물을 둘러싼 시대적 배경과 주변 인물 등 역사적 배경 지식 등을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영화를 오롯이 즐기기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다는 평도 있다. 반면 윤성은 평론가는 “진입장벽이 높은 게 큰 우려가 될 것 같진 않다. ‘오펜하이머’ 개봉과 맞물려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다시 불티나게 팔리는 풍경도 목격되고 있는데 이는 문화 소비의 확장 면에서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팬들 사이에선 ‘오펜하이머’를 관람하기 전 알아둬야 할 지식들을 요약한 게시물이나 클립 영상, 영화의 바탕이 된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요약 등을 공유해 미리 공부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흐름과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일단은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우선 첫 주말은 100만 명은 물론, 150만 명도 거뜬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찬일 평론가는 “해외 대작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어 히트하기 위해선 입소문을 통한 장기 흥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극명히 갈리는 관객 호불호로 ‘오펜하이머’가 끝까지 흥행이 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이미 ‘오펜하이머’는 북미에선 ‘바비’에 완전히 밀린 상태다. 국내에서의 대진 상황도 유리하다고 볼 순 없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유력한 장기 흥행 주자로 ‘오펜하이머’를 금세 따라잡을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오펜하이머’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 중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첫 주 100만 돌파에 이어 광복절 연휴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개봉 2주차 주말 3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질주 중으로, 끊임없는 호평 속 입소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오펜하이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다룬 작품으로, 실존 인물인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다뤘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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