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한 고양이, 알고보니 멸종위기종 ‘삵’?
“멸종위기종을 안락사시켜도 되나요?”
17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공유됐다. 태어난 지 60일 미만으로 추정되는 몸무게 400g 암컷 ‘고양이’ 사진도 함께 올라왔다. 전날 태백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이 ‘고양이’를 안락사했는데, 이 동물이 실제로는 ‘고양이’가 아닌 ‘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삵은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이고, 환경부장관 허가 없이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죽이면 처벌 대상이 된다.
죽은 ‘삵’이 태백시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어가게 된 것은 지난 15일 오후 6시쯤이다. 태백시 창죽동의 검룡소 근처를 지나던 화물 기사가 “다리를 다친 ‘고양이’ 한 마리가 가시나무 속에 숨어 있다”며 보호소에 신고를 했다. 보호소 직원이 현장에 가보니 뒷다리를 못쓰게 된 ‘고양이’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부상한 것으로 추정됐다. “교통사고 추정 후지 마비, 상처 심함”이라는 내용이 구조 보고서에 적혔다.
‘고양이’는 다음날 태백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뒷다리 상처를 치료하려고 했다. 그런데 병원장은 ‘고양이’의 상태를 보자마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항문 주변에 구더기가 득시글거렸고, 장 안쪽까지도 가득 차 있었습니다.” 병원장은 ‘안락사’를 권했다. 소생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도 그 과정에서 ‘고양이’가 느낄 고통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만큼 상태가 심각했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16일 밤 약물을 맞고 안락사했다. 동물병원 냉장고로 옮겨졌고 소각 절차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이 ‘고양이’의 사진과 정보가 등재되고 나자 이를 본 네티즌들이 “고양이가 아닌 삵을 죽였다”는 글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고양잇과 동물인 삵은 겉모습이 고양이와 비슷하지만 몸집이 더 크고, 몸에 불분명한 반점이 더 많이 나 있다. 환경부는 1998년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했다.
병원장과 보호소 측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보호소 관계자는 “고양이라고 신고가 됐고, 고양이인줄 알았다”고 했고, 병원장도 “당연히 고양이라고 판단했고, 야생동물을 전공하지 않아 ‘삵’을 실제로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이것이 ‘삵’이 맞을 경우 병원장과 보호소 관계자는 환경부장관 허가 없이 멸종위기 동물을 죽인 셈이 된다.
환경부 생물다양성총괄과 관계자는 “야생생물법에는 ‘조난 또는 부상당한 야생동물의 구조·치료 등이 시급한 경우’ 등 처벌 예외 조항을 규정해두고 있다”며 “이 같은 사례를 처음 봐서 실제로 ‘삵’이 맞고, 관련 신고가 들어온다면 관련 규정을 검토해보겠다”라고 했다. 태백시 환경과는 이 동물이 ‘삵’인지 ‘고양이’인지 판단하기 위해 해당 동물병원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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