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현장 중심 의정활동의 ‘힘’

서울앤 2023. 8. 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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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철ㅣ서초구의회 의장

[서울&]

서초구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지난해 9월27일 방배숲환경도서관 공사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로

부터 진행 현황과 향후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초구의회 제공'>

기초의회는 여러모로 동네병원과 닮았다. 사람들은 아프면 일단 동네병원을 찾는다. 감기 걸렸다고 큰 병원부터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동네병원에서 큰 수술은 할 수 없지만 대신 더 세심하고 다양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만약 큰 병원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픈 몸을 이끌고 멀리 떨어진 병원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동네병원이 지역 주민의 건강에 필수적이듯 기초의회도 구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 중앙정부 또는 국회에 도달하기 어려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신속하게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민과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로써 지역의 특별한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기초의회에 대한 현실 인식은 좋지 않다. 심심찮게 나오는 기초의회 무용론을 마주할 때면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사실 좀 앓는 소리를 하면, 기초의회는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아온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의원이 정말 밤낮, 주말 할 것 없이 민원 해결과 지역을 위해 힘쓰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초의회의 모든 구성원은 세간의 시각을 엄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만약 구민이 우리 노력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묵묵히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지역 내 크고 작은 불편함을 개선하고 구민을 위한 생활 정치에 힘을 쏟아야 한다. 든든하고 유능한 의회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기초의회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조금씩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덧 제9대 서초구의회가 개원 1주년을 맞았다. 의회는 2022년 7월 개원 이후 총111일간의 회기 일정을 소화했다. 특별히 이 기간 서초구의회는 안전과 현장에 집중했다. 여름 수해, 이태원 참사, 마약 음료 사건 등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의회는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1년간 총 25건의 의원발의 조례를 제·개정했는데, 그중 안전 분야가 8건으로 제일 많았다.

아울러 의회는 현장 방문을 통해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실용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시간을 가졌다. 의사일정을 진행하며 검증이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현장에 가봤다. 방배환경숲도서관, 관내 재건축 공사 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 주민 불편 사항 등을 주의 깊게 살폈다. 또 빗물펌프장을 찾아 폭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잠원빗물펌프장에서는 배수문을 통해 직접 지하 하수암거에 들어가 구조물 내부를 꼼꼼히 확인했다. 현장에 가본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서류만으로 심사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다양한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집행부에 의견을 개진했다. 먼저 교량, 전기차 충전시설, 배수로 빗물받이 등 관내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을 당부했다. 또 아동부터 노년까지 전 세대에 걸친 복지 사안에도 관심을 가졌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교 인근 유해환경 개선 △신혼부부·청년 주거 안정대책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노년 일자리사업 확충 등을 촉구했다.

의정활동에 가장 필요한 자세는 뭘까. 나는 ‘진정성’이라 생각한다. 사실 민원 중에는 우리의 역량과 자산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안도 더러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진정성을 갖고 구민의 이야기를 경청하다보면 조금씩 길이 열린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넓히려는 많은 사람의 도움이 뒤따른다. 훗날 돌이켜 보면 그렇게 만들어진 길이 결국 구민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이뤄낸 위대한 것은 ‘작은 것’에서 출발했다. 누군가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누군가가 도전과 실패를 통해 발전시켜 나갔다. 반드시 거창하고 원대하지 않아도 된다. 기초의회가 펼치는 지역을 위한 작은 시도와 노력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우리가 바쁘고 고될수록 구민의 삶은 편안하고 행복해진다고 믿는다. 아무쪼록 앞으로 내가 가는 길이, 우리가 함께 가는 길이 구민의 뜻과 맞닿아 있길 희망해본다.

오세철ㅣ서초구의회 의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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