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상승은 멈췄지만···대출금리 하락은 ‘아직’
은행채 금리 등 고공 행진 탓
은행권, 당분간 대출금리 유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연내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 대출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지표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3개월 만에 하락했지만, 대출금리 내림세가 시작된 건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다.
1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이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이날 연 4.290~6.038%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12일(4.21~6.19%)보다 금리 상단이 0.152%포인트 떨어졌지만 하단은 0.08%포인트 올랐다. 차주(대출받는 사람) 대다수가 하단에 가까운 금리를 적용받는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체감하는 대출금리는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도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12일 4대 은행의 고정금리는 4.06~4.70%였고, 이날은 4.05~5.93%로 집계됐다. 금리 하단은 0.01%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고, 상단은 1%포인트 이상 뛰었다.
전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월 코픽스(3.69%)는 전달보다 0.01%포인트 내리면서, 3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이날부터 0.01%포인트씩 낮아졌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당분간 대출금리가 기조적으로 하락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은행의 조달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 등이 고공 행진하고 있어서다.
이날 공개된 연준 7월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상당한 (물가) 상승 위험이 계속 목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추가적인 통화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장기물의 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3.619%였던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이달 16일 3.767%로 올랐다. 같은 기간 은행채 5년물 금리는 4.204%에서 4.311%로 뛰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가 된다.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를 대량 발행하는 것도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이날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는 71조5611억원에 이른다. 국채(65조7517억원)나 회사채(23조5930억원) 등 다른 채권에 비해 차환 물량이 월등히 많다.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인데도 4대 은행과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부터 증가 전환했다. 부동산 거래가 되살아나면서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금융시장은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연 4~5%이면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라며 “본인의 소득 수준,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해 대출받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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