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털린 '카이스트 막말 학부모' 유치원 교사에 "이제 속 시원하세요?"
"교사가 '사회적 갑질'" 주장
'징벌적 손해배상' 언급하기도
자신이 명문대를 나왔다며 유치원 교사에게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진 한 학부모가 오히려 해당 교사가 '사회적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교사의 언론 인터뷰로 본인의 신상이 노출돼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영혼 갈아 쓴 80편 글도 다 안 읽고..."
이른바 '카이스트 막말 학부모'로 알려진 A씨는 17일 자신의 블로그에 '내 블로그에 끼적이는 감정-분노와 한탄'이라는 제목으로 "이제는 하다 하다못해 내 이름으로 내 인생 처음 낸 책까지 온라인 서점에서 테러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혼을 갈아 쓴, 80여 편의 글도 다 안 읽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40여 편의 꽃그림도 안 훑어보고, 무분별한 별점테러와 악플을 달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해당 교사를 향해 "저 다 까인 거 보세요. 제 인생 탈탈 털린 거 보세요. 자 이제 속이 시원하세요?"라며 "애초부터 1대 1로 사과를 요청하던지, 카톡이나 전화 등의 연락 방법은 많이 있었잖아요"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19년이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4년 전의 일인데, 통화로 '이런 심정이었다'고 말했다면 나도 '선생님이 그런 마음인 줄 몰랐다. 미안하다'고 엉엉 울며 후련하게 손 탁 털고 사과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해당 교사가 되레 사회적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권회복 분위기에서 선생님이 한 학부모에 대한 낙인찍기를 했다"며 "사회적 갑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우리 애가 유치원생이었기 때문에 하루에 30개가량 아이 관련해서 다소 차갑게 이것저것 엄마로서 문의드린 것뿐"이라며 "그 이전 문자는 충분히 상식선의 대화 아니었나"라고 자신의 갑질 논란을 반박했다.
또 "당신 어디까지 배웠어요? 카이스트 나온 학부모가 문제야?"라며 고성을 지르는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음성 파일에 대해서도, "단 5분짜리인데 수년 동안 갑질만 일삼아왔던 여자로 보여지지 않나, 제가 학력 운운한 게 부끄럽고 죄송하긴 하지만 지금 제가 처한 상황 자체를 보라"고도 덧붙였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도 너무 모욕스럽지 않나"
A씨는 해당 교사에게 "지금 이 시점에선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냐"면서 '역지사지'를 주문했다. 그는 "아이 키우면서 인권 조항, 법리 조항을 찾아봤는데도 우리 아이의 심정, 어린 아이가 느낄 감정 같은 게 정서적 학대가 아니라고만 해서, 답답해서 학력을 잠시 운운했던 것인데 그런 사정은 조금도 헤아려보지 않는다"며 "(선생님이) 역지사지로 생각해도 너무 모욕스럽지 않나. 사실이 왜곡됐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혹시 변호사님들 계시면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알아봐줄 수 있느냐"고 하기도 했다.
A씨의 블로그에는 17일 현재 글이 삭제된 상태다. 다만 '극성 엄마가 강아지라면? 육아하는 반려견 화제'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뒀다. 극성 엄마를 아이를 열심히 돌보는 반려견에 빗댄 영상이다.
A씨의 글에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은 "아직도 본인 잘못은 하나도 없고 선생님 탓이라고 한다" "(선생님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니, 맡아줄 변호사 꼭 구하길 바란다" "아직도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 것 같다"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학력 의혹에..."대전 카이스트와 무관"
A씨는 4년 전 자녀의 유치원 교사에게 학력을 앞세워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사가 지난 1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 녹취록에서 A씨는 "당신 어디까지 배웠어요? (내가) 카이스트 경영대학 나와서 MBA까지 했다. 카이스트 나온 학부모들이 문제아냐?"라고 말했다. 이 밖에 A씨는 하루 28개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작 A씨가 과시했던 카이스트 경영대학 졸업과 MBA 과정을 마쳤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쓴 책에는 '베트남에서 2년간 봉사 활동을 하고 온 대한민국 태생의 엄마. 엄마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깨보고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SEMBA과정에 입학하였으나 출산으로 1년 만에 자퇴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학력 의혹이 불거지자 그는 블로그를 통해 "경북 포항에 위치한 대학 출신이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자퇴생"이라며 "대전 카이스트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앞서 A씨는 블로그에 교사 B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OOO 이름도 전국 교사들이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죄송합니다만 그 교사는 죽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실명이 거론되는 것은 법적으로 조치될 수 있습니다" 등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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