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해설사, 학예연구원 ‘꿈’ 이루다
[서울&] [사람&]
신이 기획해 만든 다양한 ‘어린이용 활동지’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지난해 개관한 국립농업박물관 입사
학예사 자격증 취득 위해 대학원 진학
“박물관은 재밌는 놀이터이자 배움터
내년엔 더 굵직한 일 맡지 않을까 기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어린이 도슨트로 활동한 게 지금 저를 있게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는데, 특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통해 다양한 것을 알게 돼 무척 좋았죠.”
문해솔(26) 국립농업박물관 교육문화실 어린이박물관팀 주임(학예연구원)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8년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어린이 도슨트(1기)를 시작하면서 학예연구사의 꿈을 키웠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2004년부터 일반인을 교육해 도슨트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08년에 어린이 도슨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어린이 도슨트는 도슨트 교육을 받은 어린이가 관람을 온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전시 내용을 설명하는 교육과 봉사가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박물관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신청해 듣다보니 어린이 도슨트를 모집한다는 것을 알고 신청했죠.” 9일 국립농업박물관에서 만난 문 주임은 “당시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지구는 언제 만들어졌는지, 거대한 공룡이 왜 멸종했는지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도 잘 못 거는 소심한 성격이었어요. 관람하는 어린이가 먼저 설명해달라고 하면 그때야 겨우 설명했습니다.” 문 주임은 “처음에는 설명하는 게 무척 부끄럽고 어려웠다”고 했다. “어린이가 어린이에게 설명한다니 어른들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문 주임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자 점점 잘 설명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미 전시된 것 이상 알기가 쉽지 않죠. 내가 설명하는 것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해졌어요.”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사는 문 주임은 집과 가까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이런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문 주임은 매달 1~2회 서대문역사박물관에서 어린이 도슨트 활동을 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역사와 박물관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살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틈틈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교육프로그램 보조업무를 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문 주임이 꿈을 만들고 키운 재밌는 놀이터이자 배움터였다.
“대학 졸업도 전에 박물관에 취업했어요. 길이 딱 정해져 있어 고민이 없더라고요.” 문 주임은 대학 졸업을 앞둔 2019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2년 동안 서대문구에 있는 농협농업박물관에서 근무했다. 2021년 4월부터 12월까지 제주도에 있는 아프리카박물관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7월 국립농업박물관에 입사했다. “사립과 공립 박물관을 거쳐 국립 박물관에서 일해보고 싶었어요. 지난해 모집 공고를 보고 딱 여기다 싶어 지원했죠.” 문 주임은 “돌이켜보니 합격소식을 듣는 순간이 생애 제일 기쁜 순간이었다”고 했다.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에 있는 국립농업박물관은 국내 첫 농업 관련 국립 박물관으로 지난해 12월15일 개관했다. 농업의 발전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와 함께 농업을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복합문화공간이다. 5만㎡ 규모 대지에 농업관, 식물원, 곤충관, 수직농장, 어린이박물관, 영상관, 식문화관 등을 갖췄다. 문 주임은 박물관을 찾는 어린이를 위한 전시, 행사, 축제를 기획·운영하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한다.
“지난 1년 동안 무척 바빴어요. 개관 이후 맞은 첫 어린이날 행사를 했는데, 힘을 좀 주고 싶어 2월부터 기획하고 열심히 준비했죠.” 문 주임은 “새로 생긴 박물관이라서 야근도 잦았지만 개관 업무부터 배울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며 “목표를 조금은 이룰 수 있는 일이라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국립농업박물관은 전시 공간뿐만 아니라 야외 다랑이논 등 즐길거리가 많죠. 많이 찾아오면 좋겠어요.” 문 주임은 “지금은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좀 더 굵직한 업무를 맡지 않을까 싶다”며 살짝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금은 ‘예비 학예사’입니다.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2년 경력이 있으면 학예사(정3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요.” 문 주임은 국립농업박물관에서 학예연구원으로 학예연구사를 보조하는 업무를 한다. 학예사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올해 대학원 사학과에 진학했다. 문 주임은 “빨리 학예사 자격증을 따서 어엿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싶다”고 바랐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꿈을 만들고 삶의 나침반이 돼준 곳이죠. 박물관은 전시를 보면서 감동과 영감을 얻고 나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죠.” 문 주임은 “박물관이 꿈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며 “국립농업박물관도 아이들이 농업에 대해 알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글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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