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의 포지션 변경, 황선홍호 교통 정리에 호재

이강인 |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던 이강인(22)이 포지션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다.

프랑스의 ‘르 파리지앵’은 지난 16일 이강인이 PSG에서 측면 날개가 아닌 미드필더로 뛸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 또 다른 프랑스 매체 ‘레퀴프’에서 PSG가 새로운 미드필더 영입에 나서는 대신 이미 검증된 이강인의 포지션 변경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지에선 20일 툴루즈 원정부터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 이강인이 그라운드를 누빌 것이라 점치고 있다.

원래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이강인을 측면 자원으로 분류했지만 과도한 주전 경쟁으로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구단과 마찰을 빚었던 킬리안 음바페가 훈련에 복귀했을 뿐만 아니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데려온 우스만 뎀벨레까지 입단해 좌우 측면 날개를 꿰찼기 때문이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데려온 마르코 아센시오까지 감안한다면 이강인이 4번째 옵션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었다.

이강인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경험했던 또 다른 포지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강인은 자이르 에머리, 우가르테와 함께 중원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측면의 창의성은 보여줄 수 없겠지만 감각적인 드리블 돌파와 침투 패스, 정확한 킥 등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이강인이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렸던 어린 시절부터 숱하게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검증받은 능력이다.

PSG는 중원에서 플레이 메이킹이 가능한 선수가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강인과 경쟁 가능성이 거론된 마르코 베라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감돌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도 덜하다.

흥미로운 것은 PSG의 포지션 교통 정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한국 축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황선홍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5월 이강인을 어디에서 뛰게 할 것인지 고민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당시 황 감독은 “잘 뛰고 좋아하는 포지션에서 뛰게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으나 PSG처럼 측면 자원의 과도한 경쟁을 걱정했다. 지난달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을 살펴봐도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엄원상(울산), 송민규(전북) 등 이강인과 포지션이 겹치는 국가대표 자원이 적잖았다.

그런데 이강인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다면 나머지 측면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황 감독은 이강인의 소집 시기를 놓고 마지막 조율에 나서고 있다. 9월 A매치 조기 소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예상치 못한 포지션 변경으로 불필요한 시행 착오를 덜었다는 점에서 금빛 희망에 힘을 더하게 됐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