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들 사흘간 집에 방치해 살해…20대 엄마 징역 15년(종합)

"평생 사망한 아동 생각해라" 당부…살해 미필적 고의만 인정

2살 아들 혼자 집에 사흘 방치해 살해한 엄마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2살 아들을 사흘 동안 집에 혼자 두고 외박을 해 숨지게 한 20대 엄마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17일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24)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A씨에게 아동학대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이를 양육할 책임이 있는데도 영유아 검진도 받게 하지 않았고 생후 8개월 무렵부터 수십차례 아이를 방치해 극심한 영양결핍 상태에 놓이게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생후 20개월로 영양 상태도 양호하지 못한 아이를 6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치해 결국 필수 영양소 결핍으로 사망하게 했다"며 "외부 도움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근본적으로 양육을 포기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도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6일 결심 공판에서 "생후 20개월인 아이를 사흘 동안 물 없이 (혼자) 방치했다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며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망한 아이를 보고도 즉시 119에 신고하지 않았고 포털사이트에서 아기 장례식 비용을 검색하고 남자친구와 카카오톡 내용을 삭제했다"면서 "출동 경찰관에게 사망 경위를 허위 진술하기도 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확정적 고의가 의심되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방법을 찾고 있었고 아이를 위한 물건을 구입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이를 장시간 홀로 방치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부분은 인정되므로 미필적 살해 고의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을 낭독한 뒤 A씨에게 "앞으로 출소한 이후에 아기를 갖게될 지 모르겠는데 다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평생 사망한 아동을 생각하면서 살도록 해라"고 당부했다.

연녹색 수의를 입은 A씨는 재판부를 향해 "네"라고 대답하면서 눈물을 닦았다.

A씨는 지난 1월 30일 오후부터 2월 2일 새벽까지 사흘 동안 인천시 미추홀구 빌라에 아들 B(2)군을 혼자 두고 외박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탈수와 영양결핍으로 사망할 당시 B군은 혼자서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없는 생후 20개월이었다.

그의 옆에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있었고, 집 거실에는 빈 소주병 30개가 방치돼 있었다.

A씨는 최근 1년간 60차례에 걸쳐 총 544시간동안 아들을 혼자 집에 두고 상습적으로 집을 비운 것으로 조사됐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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