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류승범 앓이'…초능력보다 놀라운 배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8. 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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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만약 연기 초능력자가 있다면 배우쪽에선 류승범이지 않을까. '무빙' 속 다채로운 능력의 초능력자들이 흥미를 자극하지만 그 중에서도 류승범은 단연 돋보이는 열연으로 어마 무시한 존재감을 발산, 전 세계 시청자들을 홀렸다.

류승범은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연출 박인제, 원작 극본 강풀)으로 무려 20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했다.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송혜교와 호흡한 '햇빛 쏟아지다'가 마지막이며, 영화 또한 2019년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을 끝으로 다소 긴 공백기를 가져왔다. 사실 류승범은 2013년 영화 '베를린'(감독 류승완) 이후 홀연히 해외로 떠나 방랑자와 같은 삶을 살며  '보헤미안'의 끝판왕으로 등극했다. 수년 주기로 드문드문 영화에 출연할 뿐, 연예계 활동을 최소화하며 가뜩이나 독보적인 개성에 '신비감'마저 장착,  범접불가의 '자유로운 영혼'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쌓아갔다. 3년 전 결혼과 출산도 류승범답게 깜짝 발표로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류승범의 행보들을 살펴보면 '무빙'의 프랭크는 복귀작으로 최적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정체불명 택배기사 캐릭터로 극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살리며 쫄깃한 긴장감을 극대치로 끌어올린 것. 원작자이자 각본을 쓴 강풀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면 쓸수록 프랭크는 류승범 말고는 생각이 안 났다. 아예 류승범을 놓고 썼다"라고 밝힌 것처럼 류승범이 아니라면 이만한 역대급 매력의 악역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싶다.

프랭크는 원작엔 없던 인물로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모친에 버림받은 아픔과 미국 CIA에 의해 강제 입양되어 살인 병기로 키워진 상처가 있다. 이에 그는 철저하게 CIA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처리 전문 요원으로서, 택배기사로 위장한 채 대한민국의 초능력자들을 위협하고 제거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하며 위압감을 조성하는 프랭크의 추가된 스토리가 극에 매끄럽게 녹아들 수 있었던 건 '보헤미안' 류승범의 색깔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 류승범은 범상치 않은 단발 헤어스타일을 한 비주얼 하나로 공항 첫 등장 신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서사가 무엇이든 납득케 하는 설득력을 심어줬다. 이것이야 말로  류승범이기에 가능한 일.  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무빙' 정주행 욕구를 샘솟게 만들었다. 

특히 최근 "신비주의가 아니라, 잃었던 순수성을 회복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라는 고민을 고백했던 류승범은 그 해답을 완전히 찾은 듯, 팔딱팔딱 뛰는 입체적인 열연으로 이전보다 줄어든 활동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을 날려버렸다. 냉동인간이 부활한 것처럼 한창 전성기 시절에 뿜어냈던 그만의 강한 개성이 묻어나며 보는 재미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농익은 내공이 장착되어 그 어렵다는 어눌한 한국어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며  '무빙'의 웰메이드 작품성에 크게 한몫했다. 또한 류승범은 "미디엄과 라지 사이즈 그 어디쯤"이라는 미현(한효주)의 말대로 "어중간하다"라는 프랭크의 설명하기 힘든 지점마저 짚어내며, 경이로운 표현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류승범은 강렬한 액션으로 '무빙'에 방점을 찍었다. 암호명 진천(백현진)부터 나주(김국희), 봉평(최덕문), 그리고 봉평 아들 전계도(차태현), 장주원(류승룡)까지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가진 이들과 대치하며 신선한 액션 시퀀스들을 선보였다. 류승범은 직접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거나 브라질 전통 무술 '카포에라' 동작 등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액션의 완성도와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이처럼 류승범은 워낙 '하드캐리' 열연을 펼친 덕에, 비극적인 최후가 그려졌음에도 시청자들 사이에선 '열린 결말'로 해석되는 뜨거운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그 또한 장주원과 같은 '재생 능력'의 소유자인 만큼, 시청자들이 가능성을 놓지 않으며 '류승범 앓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류승범의 복귀작 '무빙'은 16일 9회까지 공개됐다.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2개씩 그리고 마지막 주엔 3개 총 20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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