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위기 中경제.. '공'은 21일 사실상 기준금리로

정지우 2023. 8. 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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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우대금리(LPR) 1년 만기 0.1%~0.15%p, 5년 만기 0.15%~0.25%p 인하 전망
- 지준율·구조적 통화수단도 사용 가능성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걸려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사실상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이 정책금리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내리면서 이제 관심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조정할지에 쏠리고 있다.

소비, 생산, 투자, 수출, 부동산, 증시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둔 미국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무작정 낮추기도 어려운 것이 중국이 처한 현실이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데 중국은 낮추면 양국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위안화 약세와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미 중국에선 외국 자본의 투자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기준금리 1년·5년 모두 인하 전망

17일 펑파이신문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를 종합하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오는 21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LPR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인민은행은 매월 20일 LPR 수치를 공개하지만 이달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하루 늦춰졌다.

시장에선 지난 15일 정책 금리인 MLF를 0.15%p 내렸기 때문에 LPR도 동반 인하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MLF를 손대면서 LPR을 동결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관심은 LPR의 인하 수준이다. 시장은 1년 만기는 0.1%~0.15%p, 5년 만기는 0.15%~0.25%p 수준에서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1년 만기는 3.45%~3.4%, 5년 만기는 4.05%~3.95%으로 내려가게 된다.

1년 만기보다 5년 만기 LPR 인하 폭을 높게 보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그만큼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중국의 부동산은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을 비롯해 대형 개발업체들이 줄줄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으며, 파장은 금융권과 리츠(부동산투자신탁)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당장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7월 부동산 개발 투자가 -8.5%로 기록하며 5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또 전년동기대비 부동산 개발업체 주택 건설면적은 6.8%, 분양주택 판매 면적은 6.5% 각각 감소했다. 분양주택 판매액은 1.5% 줄었다. 부동산 개발 업체의 자금조달은 -11.2%, 이 가운데 국내 대출은 -11.5%로 각각 기록됐다. 반면 분양 주택의 매물 면적은 17.9% 증가했다.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한 대출이 감소하면서 매물은 넘쳐나고 부동산 개발업체로 흘러들어가는 자금도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LPR은 명목상으로는 18개 지정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한 수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모든 금융 기관이 이를 대출 영업 기준으로 삼아야 해 실질적으로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 만기 LPR은 신용대출, 기업대출 등 광범위한 대출 상품에 영향을 준다. 기업의 단기 유동성 대출이나 소비자 대출 금리와 관련이 있다.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가격 책정 기준이 되고 제조업의 투자 대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장기 금리다.

중국 신용평가기관 둥팡진청의 왕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감안하면 5년 만기 LPR이 더 큰 폭으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통해 신규 주택금리가 빠르게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신호를 방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위안화 사진=뉴시스

지준율·구조적 통화수단도 사용 가능성

1년 만기 LPR를 크게 손대면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은 아직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다. 양국 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위안화 약세와 자본 유출이 뒤따른다.

이미 올해 1~6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7%를 기록했다. FDI가 마이너스로 추락한 것은 제로코로나 봉쇄가 한창이던 2020년 6월(누적)의 -1.3% 이후 처음이다. 또 -2.7%는 2020년 5월의 -3.8% 이래로 가장 낮다.

중국 증시가 냉각되고,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을 연일 외치는 것을 고려하면 1~7월 FDI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14억 인구의 큰 시장 이점이 여전히 고품질 FDI 유입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전망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또 7월 한 달 동안 상하이와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신청된 IPO 건수는 0건으로 집계됐다. 베이징증권거래소로 들어온 IPO 신청도 1건에 불과했다.

중국이 LPR과 함께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나 재대출·재할인 등 구조적 통화수단을 쓸 가능성도 있다. 지방정부들은 부채 증가 우려에도 하반기 특별 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준비 비율을 말한다. 이를 낮추면 은행은 자금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구조적 통화 정책은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특정 업종에 선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도구로 인식된다.

중국 민생은행의 원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의 동력이 강하지 않고 수요는 부족하다”면서 “시장 주체의 자신감을 높이고 성장 안정화를 위해 금리 인하 등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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