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행진에 부채비율 1000% 넘기도…바이오 유동성 빨간불
최근 바이오의 유동성 우려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기업이 적지 않다. 특히 바이오는 신약 개발 등 R&D(연구개발) 투자가 불가피한 사업이라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다수 바이오가 잇따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싸이토젠, 제노포커스, 미코바이오메드, 올리패스 등 바이오 기업이 영업적자를 지속하며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300%를 넘었다.
암 진단 기술을 보유한 싸이토젠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16억원, 영업손실 5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배 이상 증가한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유 현금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62억원이다. 자기자본은 76억원, 총 부채는 25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36.6%다.
싸이토젠은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전환사채(CB)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른 현금 상환 우려에 직면할 수 있다. 2021년 발행한 제4회차 CB의 잔액은 173억1000만원이다. 한 주당 전환가액은 1만6737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높다. 전환가액과 현재 주가의 괴리가 비교적 크지 않지만 사채권자가 채무상환을 요구할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
싸이토젠은 2018년 11월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매출액 3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한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이 올해로 끝난다. 글로벌 진단 서비스 사업 확대 등을 통한 매출 성장이 꼭 필요한 이유다.
바이오 소재와 신약을 개발하는 제노포커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1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32억원이다. 자기자본은 260억원, 총 부채는 944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63.5%다.
분자진단 기업 미코바이오메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4% 급감했다. 코로나19(COVID-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영향으로 관련 진단제품 공급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9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75억원이다. 자기자본은 82억원, 총 부채는 379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60.7%다.
신약 개발 바이오 올리패스의 부채비율은 1000%를 넘는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영업손실 75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55억원이다. 자기자본은 13억원, 총 부채는 152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191.4%다. 올리패스의 매출액 요건(30억원 미만)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은 올해로 끝난다.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계속 발생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은 지난해 종료됐다. 매출 성장과 재무건전성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란 평가다.
한 바이오 기업의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바이오는 임상시험 등 R&D에 계속 투자하는 과정에서 적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며 "기술이전이나 상업화 성과로 자체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할 경우 돈이 떨어질 때마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요즘처럼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시기엔 외부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아 많은 기업이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근 여러 바이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주가가 급락하며 주주들의 원성을 샀는데 재무건전성 개선이 필요한 바이오의 유증 릴레이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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