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한민국” 언급 나오며 사라진 “우리민족끼리”
최근 남한을 잇달아 “대한민국”으로 부르고 있는 북한이 올해 “우리민족끼리” 등 남북 특수관계를 상징하는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을 “역도·역적”으로 비난하며 왕조적 체제 특성을 나타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17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 “우리민족끼리”라는 단어를 사용한 횟수는 지난해 5회에서 올해 0회로 나타났다. “민족공조” 표현은 2020년부터 매년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으며 “북남관계” 용어는 지난해 5회 사용됐다가 올해 2회에 그쳤다. “조국통일” 표현은 지난해 43건에서 올해 17건으로 감소했다.
해당 용어들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바라본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반대로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강순남 국방상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 표현을 잇달아 쓰며 국가 대 국가로 접근하는 시각을 나타내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국통일, 우리민족끼리, 북남관계, 민족공조라는 용어 사용은 (김 위원장) 집권 초기와 비교하면 현격히 줄었다”며 “최근에도 예전 사례를 인용하며 어쩔 수 없이 언급한 것이지 의미를 두고 발화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대한민국” 호칭에 대해 “북한이 완전 2국가론으로 가며 북한 주도의 통일을 포기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남북관계는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해 거리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단어 하나로 남쪽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측면에서 가성비 높은 선전·선동 수단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거부하는 담화를 발표한 김성일 북한 외무성 국장은 외무성 ‘조국통일국장’일 것이라고 통일부는 추정했다. 당시 김 국장 담화는 남북 특수관계의 관점에서 사용해온 “입경” 대신 “입국”이란 용어를 쓰는 등 국가 대 국가의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이 최근 윤 대통령을 “역도” “역적”으로 맹비난하는 것과 관련해 왕조적 체제의 성격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역도, 역적은 왕조적 개념”이라며 “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북한이 왕조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얼마 전 윤 대통령이 (북한의) 공산전체주의를 말했는데 (북한 체제에) 여러 속성이 있는 것 같다”며 “(지도자) 세습은 왕조의 속성”이라고도 말했다.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경제 분야(4회)보다 군사 분야(30회)에 치중됐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경제 분야 9회, 군사 분야 40회의 공개 활동을 보이며 본격화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경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고 (경제 분야 공개 활동이) 민심을 자극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에게 부여된 ‘위대한 수령’ ‘아버지’ ‘태양’ 등 호칭을 스스로 쓰며 우상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수령’ 표현은 2021년 16회, 지난해 23회, 올해 26회(7월 기준)로 매해 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여러 공개 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눈물을 보인 데 대해 “독재자가 펼치는 감성 정치의 표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내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올해 식량 생산 상황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통일부는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봄 가뭄과 장마, 홍수 피해가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입수된 위성 (사진)자료를 보면 작황이 양호해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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